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나와 아내는 여의도에서 전철을 타고 성동역에서 내렸다.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를 반갑게 만났다.
친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동창들이 모여 관광하기로 예정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입구에서 내렸다. 청소년 학창시절 동기들을 오랜만에 만나니 기쁘고 반가왔다. 강원도 철원을 흐르는 한탄강은 내가 군대시절 복무한 부대인 6사단 2연대가 주둔했던 문혜리 부근에 있어 여러번 갔던 곳이라 감회가 깊었다.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남한에서 반을 짓고 나머지 반을 북한에서 지었다고 이승만의 ‘승’, 김일성의 ‘일’자를 따서 승일교라 불렀다. 나는 연대 인사과에 근무하던 행정병이었으나 한번은 비상이 걸려 한밤중에 실탄을 장전한 소총을 들고 한탄강 변을 따라 대간첩작전에 투입된 적도 있었다.
가족이 면회 왔던 때는 승일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임꺽정이 본거지로 삼았다는 한탄강변에 있는 고석정 큰 바위가 있는 곳에도 가곤 했다. 승일교 부근 한탄강에서 여름에는 목욕도 하고 늦은 가을에는 월동용 김장을 위해 강물에 무를 씻기도 했다.
그때로부터 수십년이 지나 동기동창들과 한탄강가에 설치된 주상절리길을 걸으니 감회가 남달랐다. 아래를 보니 강에서 청년들이 고무보트 래프팅을 하고 있었다. 건너편 병풍처럼 이어진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두 줄기의 폭포도 보았다.
한탄강은 한반도의 중서부를 흐르는 강으로 강원도 평강군에서 시작되며 철원군을 거쳐 연천군에서 임진강과 합류하며 길이는 136 km에 이른다.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된 곳으로 풍광이 아름다우나 접근하기가 어려웠었다.
수직 절벽에 인공적으로 철판을 달아 놓은 길을 잔도라 부른다. 30~40m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에 구멍을 뚫고 기둥을 박아 잔도를 깔았다. 한탄강 주상절리는 폭 1.5m, 길이 3.6km로 한탄강의 협곡과 허공사이를 따라 걷도록 설치된 잔도로2021년 11월에 개통되었다. 개통이후 연 200여만명의 방문객이 오는 명소가 되었다.
철원군을 흐르는 한탄강 주변은 오랜 세월 지구 역사의 흔적이 담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화강암, 퇴적암 등이 쌓이고 그 위를 신생대 4기에 분출한 용암이 덮쳤다고 한다. 한탄강을 따라 깎아내린 수직 절벽을 이룬 계곡은 지질학적 특성을 드러낸다.
주상절리길을 가며 협곡의 절벽과 강위의 바위들을 둘러보니 경관이 아름다웠다. 가다보니 스카이전망대에 다달았다. 스카이전망대 유리바닥을 걸을 때 아래를 보니 까마득하여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철원은 강원특별자치도의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 겨울에는 한국에서 가장 추운 온도를 기록했다고 보도되었다. 한반도의 중앙부에 위치해 옛날 궁예가 세운 태봉이 수도로 삼았던 교통의 요지였다.
철원군 모든 지역이 38선이북에 위치하여 북한에 속해 있었다. 한국 전쟁중에는 철의 삼각지대 격전지였다. 전쟁 후에는 군사분계선이 설정되어 철원군 지역이 남북으로 분단되었다. 김일성이 철의 삼각지대의 곡창지역을 국군에 빼앗긴 후 상심하여 며칠 동안 밥도 먹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군 복무시절 부대가 문혜리에서 화지리 북쪽으로 이동하여 철책선 지역을 맡았다. 한 곳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가 앞에 붙어 있는 금강산 가는 기차가 녹슬은 채로 있었다. 민간인 통제선 검문소 가까운 곳에는 철원군 노동당 청사 건물이 총탄을 맞은 흔적을 보이고 있었다.
주상절리 잔도 걷기를 마친 후 20명의 동창들이 한식점에서 불고기로 점심식사를 한 후에 카페에서 차를 나누며 환담을 나누었다. 아내와 친구들과 함께 한탄강 주상절리 잔도를 결으며 빼어난 경치를 보아 즐거웠다.
남북통일이 되어 철원이 다시 교통의 요지가 되기를 꿈꾸었다.
<
윤관호/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