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정’(Summertime·1955) ★★★★½ (5개 만점)
장소가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미국 오하이오에서 이탈리아의 베니스로 관광 온 노처녀 비서 제인(캐서린 헵번)이 유부남 레나토(로사노 브라지)를 사랑하게 되는 까닭중 하나도 베니스라는 로맨틱한 장소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달콤 씁쓸한 못 이룰 사랑의 이야기로 미세한 것에서부터 대하적인 것까지를 모두 잘 다루는 데이빗 린 감독의 작품이다. 헵번의 형언키 힘든 섬세한 연기와 린의 정성들여 세공하듯 화면을 수놓은 연출과 잭 힐디야드의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촬영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영화다. 알렉산드로 치코니니의 음악도 곱다. 서정적이면서 애수가 깃든 음악으로 듣고 금방 콧노래로 부를 수 있도록 멜로디가 아름답다.
제인이 레나토와 첫 대면을 하게 되는 곳은 산 마르코 광장의 노천 카페 플로리안. 푼푼이 모은 돈으로 베니스 관광을 온 제인은 카페에 앉아 광장을 지나가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환희의 감정과 함께 부러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한다. 헵번 특유의 광대뼈 위에 고독의 자국이 역연하다. 제인의 바로 뒤 테이블에 앉아서 제인의 외로워하는 모습을 감상하고 있는 남자가 레나토. 레나토는 구두를 신은 제인의 맨발 뒤꿈치에 야릇한 매력을 느낀다.
두 사람이 재회하는 것은 제인이 레나토가 주인인 골동품상에 들렀을 때. 그리고 둘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나 제인은 레나토가 유부남이라는 것을 알고 크게 상심한다. 그러나 제인은 자기 인생에서 가장 낭만적이고 행복한 순간을 놓칠 수 없음을 알고 순순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그 사랑에 영육을 내던진다.
짧은 사랑의 날들이 끝나고 베니스를 떠나는 기차에 오른 제인. 기차는 기적을 울리며 천천히 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하는데 저만치서 레나토가 손에 작은 선물을 들고 기차를 쫓아 달려온다. 기차는 속력을 내면서 둘 사이를 멀리 떼어놓는데 레나토가 작별의 선물로 가져온 흰 가디니아 꽃을 멀어져가는 제인에게 들어 보이자 차창 밖으로 떨어질듯 상반신을 내민 제인이 손키스로 레나토에게 응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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