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에 열린 미군 사기 진작 회의에서 가장 두려운 부분은 이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체력 기준, 그리고 ‘내부의 적’에 집착하며 21세기 전투가 드론과 인공지능, 그리고 이러한 첨단 무기를 이해하는 지휘관들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는 현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장군들과 제독들은 트럼프와 헤그세스의 발언을 듣는 동안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들은 현재 미국 군대를 급격히 변화하는 전투 체계와 교리에 적응시키려 고군분투하는 시점에 워싱턴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그들이 들은 것은 수염, ‘뚱뚱한 장군들’, 느슨한 훈련이 위협이라는 헤그세스의 훈계와, 정치적 적들을 공격하는 트럼프의 두서없는 연설이었다.
트럼프와 헤그세스의 발언은 군사적 향수에 젖은 연극이었다. 트럼프는 이미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구식으로 평가되던 전함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헤그세스는 ‘1990년 기준’을 적용하자고 촉구하며, 그 이후로 바뀐 모든 기준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세기의 장군들, 조지 패튼과 노먼 슈워츠코프를 기리며 그들의 과시적 기질을 칭송했다.
이 정치극을 지켜본 고위 군 수뇌부 청중은 의례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끝에 가서야 정중히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20년 전 이라크에서 주 방위군 장교로 복무했던 경험에 기반한 국방장관과, 면제로 군 복무를 피했던 최고통수권자가 내린 지침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번 이른바 ‘전군 지휘관 총집합 회의’에서 묵시적으로 전달된 메시지는 “트럼프 팀에 동참하든지 아니면 떠나라”였다. 헤그세스는 “오늘 내가 하는 말이 당신의 가슴을 무겁게 만든다면 명예롭게 사임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 모인 이들이 그 지침을 무시해주기를 바란다. 앞으로 수십 년간 군이 직면할 진정한 도전을 이해하는 전투 경험 많은 지도자들을 잃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헤그세스에게 군이 직면한 문제는 본질보다는 상징에 가깝다. 그래서 이들이 국방부를 ‘전쟁부’로 재브랜딩하는 데 집착하는 것이다. 좋다, 펜타곤에 뿌리내린 소박한 ‘워크(woke)’ 문화 요소들을 제거하겠다고 치자. 그러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세우고 있는가?
헤그세스는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는 의지에 사로잡혀 똑똑한 군대를 만드는 것은 부차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구시대적인 군대 이미지를 복원하고 싶어 한다. 헤그세스가 바꾸려는 것은 외모 기준뿐이 아니다. 그가 발표한 10가지 지침 중에는 따돌림과 가혹행위 기준 재검토도 포함돼 있다. 이런 식이라면 미래 전투 시스템을 설계·운영할 수 있는 수학·과학 천재들을 쫓아낼 수도 있다.
또 다른 불안 요소는 군 감찰관 제도를 손보겠다는 지시다. 그는 이 제도가 “무기화되어 불평꾼, 이념가, 성과가 낮은 사람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휘관이 “정직한 실수”를 했다면 기록에서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화요일을 “해방의 날”이라 부르며, “우리는 눈치만 보는 제로 결함 문화와 계란 껍질을 밟는 듯한 지휘 문화를 끝장내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앞으로의 전투가 오마하 해변이나 이오지마 상륙전을 반복하는 것이라면, 헤그세스의 강경한 군대 비전은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군사 충돌의 성격은 이미 달라지고 있다. 드론이 넘쳐나는 우크라이나 전장, 그리고 미래에 기술에 정통한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시나리오에서 만약 미국이 병사가 팔굽혀펴기를 몇 개나 할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면 중국은 쾌재를 부를 것이다. 그 대신 병사가 몇 개의 컴퓨터 툴을 다룰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어야 한다.
화요일 발표에서 드러난 더 큰 개념적 실패는 트럼프의 발언이었다. 그는 군대를 ‘내부의 적’을 상대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는데, 여기서 그는 불법이민자 혹은 ‘급진 좌파 광인들’을 의미하는 듯했다. 그러나 군대를 국내 치안에 투입하는 것은 1878년 제정된 포시 코미터투스법 위반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에 가하는 군사적 위협이 커지는 이 시점에서 그런 발상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연설을 듣던 군 지휘관들은 최고통수권자의 명령이 합법인 한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국내 시위에 대한 교전 규칙을 설명하며 “그들이 침을 뱉으면, 우리는 때린다”라고 하고 “우리는 내부로부터의 침략을 받고 있다”는 말을 반복할 때, 그 고위 장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들이 미군을 미국 본토에 투입하는 적법한 명령이 무엇인지에 대해 올바른 법률 자문을 구하기를 바랄 뿐이다.
미군은 보석 같은 존재다. 그러나 그 우수성은 정치를 초월한 가치에서 비롯된다.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의 좌우명처럼 ‘의무·명예·조국’이다. 트럼프와 헤그세스의 말을 들은 이들 모두는 헌법에 충성 맹세를 했다. 그들은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이 아니다. 누가 압력을 가하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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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이그나시우스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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