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간에서 생성된 단백질, 혈액 통해 뇌 보호 강화
▶알츠하이머 쥐서 기억력·학습능력 크게 개선 확인
▶활동적인 사람 혈액서도 동일 단백질 존재 확인
운동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과학자들이 왜 그런지 이유를 발견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운동이 ‘누수’ 상태가 된 혈액-뇌 장벽을 강화해 뇌 건강을 개선하고 잠재적으로 치매를 막을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다. 이 연구는 이달 학술지 Cell에 발표된, 운동과 신경퇴행에 관한 대규모 쥐 실험이다. 설치류와 인간 모두에서 혈액-뇌 장벽은 독소와 병원체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얇은 세포층인데,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약해진다. 이는 신경 염증 등 여러 문제를 유발하고, 치매 위험 증가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연구진은 최소한 쥐 실험에서는 운동 중과 운동 후에 간에서 특정 단백질이 분비되어 뇌로 이동한 뒤 이 보호 장벽을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운동 관련 단백질의 효과는 특히 알츠하이머병 형태를 가진 노령 쥐에서 두드러졌다. 해당 단백질이 뇌에서 증가하자 기억력과 학습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연구진은 신체 활동이 활발한 사람들의 혈액에서도 동일한 단백질을 발견했다.
아이오와대 건강·뇌·인지 연구소의 미셸 보스 교수는 “이 결과는 운동으로 인해 간에서 분비되는 신호가 혈액-뇌 장벽에 작용해 뇌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동물 실험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신체 활동과 뇌를 연구하는 전문가다.
이번 연구는 운동이 노화에 따른 인지 기능 저하를 어떻게 억제하는지에 대한 세포 수준의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이 단백질을 분리해 일종의 ‘운동 대체물’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지, 또 바람직한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도 제기한다.
■운동은 어떻게 뇌를 보호하는가?
운동이 노화된 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수십 년간의 연구를 통해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달리기,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활동이 노인과 동물 모두에서 더 건강하고 젊은 뇌와 향상된 사고 능력에 기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왜 그런가? 운동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나 뇌와 사고가 변화하는 것일까?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UC 샌프란시스코의 생명과학 교수 사울 빌레다는 오래전부터 그 답이 ‘엑서카인(exerkines)’이라는 물질 때문이라고 의심해왔다.
엑서카인은 운동 중과 직후 혈류로 방출되는 호르몬, 단백질, 펩타이드 등 다양한 분자를 의미한다. 이들 대부분은 활동하는 근육에서 나오며, 근육이 수축할 때 수백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분자가 방출된다. 엑서카인은 혈류를 따라 다른 장기로 이동해 복잡한 생화학 반응을 촉발하고, 인슐린 감수성 개선, 혈압 개선, 암 위험 감소 등 다양한 건강 효과를 유도한다.
빌레다 교수는 이 엑서카인이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2020년 사이언스에 발표된 실험에서 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달리기가 쥐의 뇌를 바꾼다
연구진은 먼저 젊은 쥐와 노령 쥐를 6주간 달리게 한 뒤, 이들의 혈장(plasma)을 운동하지 않은 다른 노령 쥐에게 주입했다. 그 결과, 혈장을 주입받은 쥐들은 같은 나이의 대조군보다 인지 테스트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보였다. 혈장을 제공한 쥐가 젊든 늙었든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그 쥐가 ‘운동을 했느냐’였다.
빌레다 교수는 운동 후 혈액 속 어떤 요소가 인지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결론 내렸고, 그 물질을 찾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질량분석 등 기술을 활용해 운동한 쥐의 혈액에서 수십 가지 분자를 확인했다. 대부분은 이미 알려진 물질이었지만, ‘GPLD1’이라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단백질이 주목을 받았다. 이 단백질은 다른 엑서카인과 달리 간에서 생성된다.
이 단백질이 뇌에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을까? 유전자 조작을 통해 연구진은 운동하지 않는 노령 쥐의 간에서 GPLD1이 더 많이 생성되도록 했다. 그 결과, 이 쥐들은 여전히 운동하지 않았음에도 기억력 테스트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였고, 뇌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활발히 생성됐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 단백질이 뇌 조직 내부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즉, 뇌를 개선하면서도 직접 뇌에 들어가지는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혈액-뇌 장벽의 역할
연구진은 GPLD1의 일반적인 기능을 다시 검토했다. 이 단백질은 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잘라내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미생물학계의 가위손’이다. 이 단백질이 뇌 주변에서 단백질을 절단하고 있는 것일까? 그 결과는 무엇일까?
이 질문은 연구진을 혈액-뇌 장벽으로 이끌었다. 혈액-뇌 장벽은 뇌와 척수를 둘러싼 촘촘한 세포층으로, 해로운 물질이 뇌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장벽은 약해지고 누수가 발생한다. 연구진이 노령 동물의 혈액-뇌 장벽을 분석한 결과, TNAP이라는 손상 유발 단백질이 젊은 동물보다 훨씬 많이 존재해 장벽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러나 운동한 노령 동물에서는 TNAP 수준이 낮았다. 인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고령자의 뇌 조직에서는 TNAP이 더 많이 발견됐다. 그리고 핵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운동을 하지 않는 노령 쥐에서 GPLD1을 증가시키자, 이 단백질이 TNAP을 제거해 혈액-뇌 장벽을 개선했다.
그 결과, 해당 쥐들은 학습 능력이 향상되고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됐다.
■‘인공 운동’ 가능성?
이 연구는 운동이 노화된 혈액-뇌 장벽을 복구함으로써 뇌 건강을 개선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연구진은 규칙적으로 걷는 노인들의 혈액에서도 GPLD1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USC의 진화생물학자 데이빗 라이클렌 교수는 “쥐에서 유망한 경로가 인간에서는 더 복잡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연구가 운동이 뇌를 변화시키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인간 대상 연구를 진행하고, 특히 운동이 어려운 치매 환자 등을 대상으로 GPLD1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실험도 계획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인공 운동’을 제공하는 셈이다.
연구 완료 후 빌레다 교수 연구팀은 GPLD1을 특허화하기 위한 회사를 설립했으며, 향후 5년 내 인간 실험을 시작하길 희망하고 있다. 빌레다 교수는 “이 연구의 목표는 운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강조했다. 운동은 수백 가지 엑서카인이 관여하는 복잡한 과정으로, 단일 물질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움직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부 혜택을 제공할 수는 있다. 그는 “가능하다면 운동을 하라”며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선택 중 하나는 언제나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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