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화점 지고 로스 뜬다’
▶경기둔화·물가 ‘이중고’
▶ 유통공룡은 잔혹한 실적
▶대형 샤핑몰 구조조정 중

고물가로 로스와 TJ 맥스 등 할인 유통매장이 기존 전통 백화점을 대체하는 선택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TJ 맥스 매장에서 샤핑을 마친 고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
대형 샤핑몰과 백화점이 잇따라 매장을 축소하거나 폐점하는 가운데 ‘로스 드레스 포 레스’(Ross Dress for Less)와 같은 저가형 할인 체인점들이 신규 매장을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로 소비자들의 지출이 위축되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유통 채널로 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23일 LA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알함브라에 문을 연 로스 매장에는 개점 이후 고객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해당 매장은 이스트 밸리 블러바드에 위치하며, 같은 모회사 산하의 디디스 디스카운트(dd’s Discounts) 매장도 노스 할리우드 지역에 새로 들어섰다.
로스의 모회사인 로스 스토어즈는 올해 전국에 110개의 신규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90개 매장을 확대한 데 이은 것으로, 할인 소매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기존 백화점과 일반 소매점에서 고객이 이탈하면서 자사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짐 콘로이 로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점유율 확대는 주로 일반 소매점과 백화점 고객들이 이동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실제로 할인 유통 채널 전반에서 고객 이동이 나타나고 있으며, TJ 맥스, 달러 제네럴, 노드스트롬 랙, 파이브 빌로우 등 주요 할인 체인들도 점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위치 기반 데이터 분석업체 ‘플레이서 닷 AI’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더 낮은 가격을 찾기 위해 다양한 매장을 방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격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중저가 체인보다 할인 매장과 가성비 브랜드로 소비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할인 소매업체들은 오랜 기간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으나,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글로벌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성장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 블레어의 분석가 딜런 카든은 “과거 저가 매장에 있던 부정적 인식은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특히 기존 소매업체들의 부진은 할인 매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백화점과 브랜드 매장에서 판매되지 못한 재고가 할인 채널로 유입되면서 상품 공급이 확대되고, 이는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시메온 시겔은 “이들은 소비자에게는 가치를, 브랜드에게는 재고 해결사라는 더 큰 가치를 제공하며 소매 생태계의 확고한 주인공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요 할인 업체들의 실적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로스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연간 매출도 228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로스와 TJ 맥스는 최근 1년간 주가가 각각 70%, 30%나 상승했다.
반면 전통 백화점 업계는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해 있다. 현재 메이시스는 전체 매장의 30%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삭스 피프스 애비뉴와 네이먼 마커스를 거느린 삭스 글로벌은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1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시메온 시겔은 “백화점의 몰락과 할인점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이제 할인점이 사실상 새로운 시대의 백화점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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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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