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연 공인재무설계사 아메리츠 파이낸셜 부사장
매년 이맘때면 지난 한 해를 뒤돌아 보며 새로 맞을 한해를 계획한다. 일과 인간관계, 건강을 돌아보듯 재정도 점검해야 할 시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금융과 세금관련해서는 “연말이 되면 할 수 있는 선택”이 가장 빠르게 사라진다. 공인재무설계사(CFP○R)로 상담을 하다 보면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텐데”라는 말을 가장 자주 듣는 시점이 바로 이때다.
연말의 시간은 한해 마감뿐만 아니라, 내년과 은퇴 이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결정의 갈림길이다. 이 갈림길 앞에서 첫 번째로 점검해야 할 것은 올해 세금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다. 많은 사람들이 세금은 이미 정해진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연말까지 조정 가능한 영역이 상당하다.
특히 급여에서 자동 납부하는401(k) 는 납부 마감일이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문이 닫힌다. “이번 해는 이미 늦었다”는 생각으로 넘겨버리면, 그 선택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세금은 내년 3월이나 4월에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라, 올해의 숫자를 지금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은 401(k)나 IRA등의 은퇴계좌를 ‘얼마나 성실히 납입하였나’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다. 401(k)의 경우 여전히 상당수의 가입자들은 회사 매칭을 받는 수준에서 납입을 멈춘다. 매칭을 받으니 손해는 아니라는 안도감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이 되어 계좌 잔액을 보면 현실은 냉정하다.
한 해가 더 지나갔고, 적립률은 그대로이며, 은퇴 시점은 가까워졌다. 401(k)나 IRA같은 은퇴 계좌는 가입만으로 완성되는 제도가 절대 아니다. 연말에는 그동안의 납입률을 점검하고, 내 투자 종목이 나의 나이와 은퇴 시점에 적합한지, 리스크가 과도하거나 반대로 너무 보수적은 아닌지 점검하는 중요한 시기다. 이런 조정을 매년 반복하느냐, 아니면 계속 미루느냐에 따라 10년 후의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세 번째는 각종 금융계좌와 상속 구조에 대한 점검이다. 연말 상담에서 가장 자주 발견되는 문제 중 하나는 오래된 계좌와 방치된 수혜자(beneficiary)다. 직장을 옮기며 예전 직장에 남겨둔 401(k), 언제 만들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IRA, 그리고 이미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수정되지 않은 수혜자 지정. 이런 문제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연말에 정리하려고 들여다보는 순간 한꺼번에 발견된다.
특히 수혜자 지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사망 시 자산이 어떻게 이전되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원치 않는 법정상속 절차로 이어질 수 있고, 가족에게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부담을 남길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분리된 주제가 아니다. 세금 전략은 401(k)와 IRA 구조와 연결되어 있고, 계좌 설계는 상속과 직결된다. 연말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점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내년 초에 정리하자”고 미루지만, 그때는 이미 선택지가 줄어든 뒤다. 연말은 계획을 세우는 시기가 아니라,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마지막 구간이다.
공인재무설계사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거창한 투자 결정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연말에 해야 할 일은 수익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다. 세금관리에 신경쓰고, 401(k)와 IRA의 방향을 조정하고, 계좌와 상속의 기본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2026년이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급하고 중요하지 않은 ‘발등의 떨어진 불’만 처리하다 보면 정장 급하진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못하게 된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쯤은 “지금 이 상태로 한 해를 더 보내도 괜찮은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자. 연말이 지나고 나면, 그 질문에 답할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
문의 (818)744-8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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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연 공인재무설계사 아메리츠 파이낸셜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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