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코끼리는 잊지 않는다.(Elephants never forget)”이라는 표현은 19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영어 속담으로, 1800년대 후반 신문과 문학 작품에도 자주 등장한다. 유럽과 미국의 탐험가·연구자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코끼리를 관찰한 뒤, 코끼리가 오랜 시간 길들였던 사람·장소·명령을 기억한다는 사실을 기록하며 시작되었다. 서커스 단원들 또한 “코끼리는 몇 년 전 자신을 괴롭힌 조련사를 잊지 않는다”, “도와준 사람을 기억하고 다시 우호적으로 반응한다”는 생생한 경험담을 전하며 이 속담을 더욱 널리 퍼뜨렸다.
2025년 최근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이 표현이 단순한 속담이 아니라 실제 과학적 근거가 있음을 확인했다.
■ 경험은 미래의 지도를 만든다
코끼리는 수십 년 전 극심한 가뭄 속에서 찾았던 물웅덩이의 위치, 과거에 위험했던 지역, 가족과의 관계 등 삶의 세부적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한다. 이러한 기억들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무리를 살리는 생존의 지도가 된다.
우리 아이들의 경험 또한 마찬가지다. 학교에서의 작은 성취,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들은 짧은 격려, 실패 후 다시 일어났던 순간들 - 이 모든 경험은 아이 마음속에서 서서히 하나의 ‘지도’로 그려진다. 그리고 이 지도는 아이가 진로를 선택하는 순간, 어려움 앞에 섰을 때, 혹은 타인을 대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경험을 잘 쌓도록 돕는 일이다. 아이의 작은 도전에도 의미를 부여해 주고,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 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고, 실패를 통해 새롭게 배운 점을 말로 정리하도록 도우면 아이 마음속에는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는 ‘지혜 지도’가 만들어진다. 이런 부모의 관심은 아이가 스스로 성장하는 힘의 원천이 된다.
■ 지혜는 세대 간에 전해진다코끼리 무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힘이 센 젊은 코끼리가 아니라, 평생의 기억을 간직한 대모 코끼리이다. 대모는 축적된 지혜를 통해 무리를 안전하게 이끌고, 새로운 세대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한때 어린 코끼리였던 그녀도 어둡고 험한 길에서 길을 잃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대모 코끼리는 “내가 앞서 걸어본 길이 너희에게 안전한 길이 되기를.” 이 마음으로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무리를 이끈다.
이것은 인간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갖기 전까지, 부모의 경험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나침반’이 된다. 하지만 요즘 많은 가정에서는 아이에게 더 많은 지식을 알려주는 데 집중하는 반면, 경험의 의미를 나누는 대화는 줄어들고 있다.
부모의 지혜는 “이건 하지 마”라는 통제가 아니다. “나는 이런 경험을 했고, 그때 이런 배움을 얻었다”라는 이야기 속에서 아이는 삶의 기준을 배우고, 부모를 신뢰하게 된다. 지혜는 강요가 아니라 서사와 공감으로 전해질 때 비로소 아이 마음에 닿는다.
■ 감정의 기억은 관계를 결정한다코끼리는 감정적 경험도 오래 기억한다. 과거 자신을 도왔던 사람에게는 평온하게 다가가고, 위협을 준 사람은 수십 년이 지나도 경계한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의 말투와 표정, 하루 중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순간들이 아이 마음속에 감정의 기억으로 깊이 남는다. 특히 “나는 소중한 존재라고 느낀 경험”, “실수했을 때 비난보다 함께 해결해준 경험”, “부모가 나를 신뢰한다고 느낀 순간”은 아이의 자기 개념(Self-concept)을 형성하며, 훗날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감정의 기억은 아이의 자존감을 지탱하는 토대이며, 부모와 아이 관계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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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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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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