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을 찾는 많은 부모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 있다. “변호사님,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자녀에게 미리 증여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제가 끝까지 가지고 있다가 상속으로 물려주는 게 나을까요?” 자녀가 조금이라도 빨리 기반을 잡기를 바라는 마음과 세금을 줄이고 싶은 현실적인 계산 사이에서의 갈등이다.
■ 부모들의 영원한 숙제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동산처럼 가치가 크게 오른 자산이라면 ‘상속’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많은 분들이 ‘상속세’ 걱정에 미리 증여를 하려 하지만, 정작 더 무서운 세금인 ‘양도소득세’를 간과하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열쇠는 바로 미국 세법의 마법 같은 조항, ‘스텝업 베이시스’(Step-Up Basis)에 있다.
■ 세금을 없애는 마법, ‘스텝업 베이시스’부동산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는 ‘판매 가격’에서 ‘구매 가격’(Cost Basis)을 뺀 차익에 대해 부과된다. 즉, 구매 가격이 낮을수록 세금은 많아진다. 여기서 증여와 상속의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살아서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면, 부모가 샀을 때의 낮은 구매 가격이 자녀에게 그대로 이월(Carryover Basis)된다. 반면, 사망 후에 ‘상속’으로 물려주면, 자산의 구매 가격이 사망 시점의 현재 시가로 재설정(Step-Up Basis)된다.
■ 사례예를 들어보자. 부모가 30년 전 50만달러에 산 주택이 현재 200만달러가 되었다.
지금 증여하는 경우: 자녀는 집과 함께 부모의 구매 가격인 ‘50만달러’도 물려받는다. 만약 자녀가 이 집을 200만달러에 판다면, 양도차익은 150만달러(200만달러 - 50만달러 = 150만달러)가 된다. 이에 대해 자녀는 연방세와 주세를 합쳐 약 30~40%에 달하는 막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상속으로 물려주는 경우: 부모 사망 시 집값이 200만달러라면, ‘스텝업 베이시스’ 규정에 따라 자녀의 취득 원가는 50만달러가 아닌 200만달러로 점프한다. 자녀가 상속받자마자 이 집을 200만달러에 판다면 매매가(200만달러)와 취득가(200만달러)가 같으므로 양도차익은 ‘0’이다. 즉, 150만달러의 이익에 대한 세금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 상속세 걱정은 기우일 수 있다“그럼 상속세 폭탄을 맞지 않나요?”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연방 상속세 면제 한도는 개인당 약 1,500만달러(2026년 기준), 부부 합산 3,000만달러다.
즉, 자산이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초고액 자산가가 아니라면 상속세는 ‘0’달러일 확률이 높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산층 가정에서는 상속세보다 자녀가 나중에 집을 팔 때 낼 양도소득세를 줄여주는 것이 훨씬 큰 이득이다.
■ 리빙 트러스트: 프로베이트는 피하고 스텝업은 챙긴다여기서 한 가지 딜레마가 남는다. 상속이 세금 면에서 유리한 건 알겠는데, 사망 후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법원 절차인 ‘프로베이트’(Probate)는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이다. 부동산을 리빙 트러스트에 넣어두면, 사망 시 법원의 프로베이트 절차 없이 자녀에게 즉시 자산이 이전되면서도, 세법상으로는 ‘상속’으로 간주되어 스텝업 베이시스 혜택을 100% 누릴 수 있다. 즉, 법원 비용은 아끼고 세금 혜택은 챙기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 맺음말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에 섣불리 명의를 넘겨주는 것이 오히려 자녀에게 거액의 세금 고지서를 안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부모의 자산 규모와 자산의 가치 상승분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오래전에 사서 가격이 많이 오른 부동산’이라면, 리빙 트러스트를 통해 끝까지 보유하다가 상속으로 물려주는 것이 자녀의 부를 지켜주는 최고의 재테크가 될 것이다.
www.jclawc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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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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