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의회 공개한 이메일 2천300건 분석…클린턴·오바마 이름도 검색돼
▶ NYT “월가 억만장자, 언론계 저명인사, 정치인, 영화감독들 다수 등장”
미국 정가를 재차 강타한 '엡스타인 이메일'의 절반가량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 보도했다.
WSJ은 연방의회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파일 가운데 미성년자 성착취범이던 금융업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이 지인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2천300여건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가 처음 당선된 2016년 전후를 시작으로 언급된 빈도가 부쩍 늘었다.
엡스타인이 친구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기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넘기거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인들의 질문에 답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대선과 대통령 재임 기간 그의 정책에 관한 뉴스 기사 공유물 속에서 자주 등장했다"며 "당시는 트럼프 이야기를 피하기 어려운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름(클린턴)으로 검색한 결과도 500건이 넘었다.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한 2015년 이전이었다. 일부는 그의 부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첫 대선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관한 내용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름도 발견됐다. 오바마 백악관의 법률고문 출신인 캐서린 루믈러도 엡스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19년까지 그와 트럼프 등을 주제로 정기적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영국 왕자 칭호를 잃은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 클린턴 행정부 재무장관 출신의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 빌 게이츠의 전 과학 자문인 보리스 니콜리치 등의 이름도 검색됐다.
엡스타인이 수·발신한 이메일에 이름이 언급됐다는 것만으로 이들을 엡스타인의 범행과 연관 짓기는 어렵지만, 이를 암시하는 듯한 일부 내용도 발견됐다.
엡스타인이 '피해자(엡스타인의 성착취 행위 피해자) 중 한 명이 트럼프 대통령과 자택(엡스타인의 자택)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는 내용으로 공범이자 여자친구인 길레인 멕스웰에게 보낸 이메일이 민주당 감독위 하원 의원들에 의해 지난 12일 공개된 것이다.
엡스타인은 언론인들과도 폭넓게 접촉했다. 언론계 저명인사들과 함께 사교계 인맥을 형성하거나, 우호적 언론 보도에 힘입어 재기하기 위해 또는 정치적 조언을 얻기 위해 기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엡스타인의 이메일이 잃어버린 뉴욕을 드러냈다'는 보도에서 엡스타인이 자신의 주요 활동 무대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출신지이기도 한 뉴욕 사교계에서 벌인 활동을 조명했다.
NYT는 이메일에 "월가의 억만장자들, 언론계의 중량급 인사들, 정치인들, 그리고 오랜 자금력을 갖춘 사교계 인사들로 이뤄진 그룹의 황혼기가 묘사됐다"며 이들 중 여럿은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는 엡스타인의 7층짜리 저택에 모이곤 했다고 전했다.
엡스타인은 당시 부동산 거물이자 뉴욕 데일리뉴스의 소유주였던 모티머 주커만과 이메일을 주고받았으며, 여기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당시 뉴욕시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공동 주최한 뉴욕 옵서버 창간 25주년 행사 초청장도 포함됐다.
언론계 에이전트 쿠리 헤이는 이메일에서 뉴스위크의 한 기자가 엡스타인의 초기 성추문, 그리고 그의 뉴욕 복귀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그 기자가 엡스타인의 주변 인물들과 이미 접촉했다고 알렸다. 거기에는 사모펀드 거물 레온 블랙, 빅토리아시크릿 창업자 레슬리 웩스너,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포함됐다.
이밖에 CBS 앵커였던 찰리 로즈, 영화감독 브렛 래트너와 우디 앨런 등의 이름도 등장하는데, 이들은 2010년대 후반 '미투' 열풍으로 망신당한 공통점이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엡스타인은 당시 한 지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투에 걸린 많은 남자가 나에게 연락해서 '이 광기가 언제 멈추느냐'고 묻고 있다"고 적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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