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경직된 정치 구도는 도널드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서 이룩한 가장 극적인 성취, 즉 남부 국경 질서의 회복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질서 회복은 국가의 역동성과 자국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의 전제가 되었지만, 어느 정당도 이 기회를 잡아 이민 개혁에 나서려 하지 않는다. 이민 문제에 관대해 보이는 순간 분노의 역풍을 맞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의 정책이 불러온 인플레이션보다, 그리고 그가 어찌할 수 없었던 노쇠함보다도 통제되지 않은 이민 사태가 그의 대통령직을 무너뜨렸다. 국경 통제는 국가 주권의 핵심 속성이다. 이 책임을 포기한 바이든 행정부는 냉담함과 무능함을 드러내는, 사기를 꺾는 신호를 국민에게 보냈다. 정부가 모든 사회적 선의 전제인 시민 질서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더 나아가 그럴 의지도 없다는 신호였다.
이 선택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 2019년 6월27일, 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사회자는 불법 국경 월경을 비범죄화(decriminalize)하는 데 찬성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손을 들었고, 바이든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의 재임 중 순이민 규모는 연평균 260만 명에 달했다. 이는 미국에서 24번째로 큰 대도시인 샌안토니오의 인구와 맞먹는 규모이며, 4년 동안 총 1,040만 명으로, 미시간 주 전체 인구보다 약간 많다. 따라서 여론의 지각 변동은 예견된 일이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20~2024년 사이 ‘이민을 줄여야 한다’는 미국인의 비율은 28%에서 55%로 급등했다. 2024년 대선 밤 진보 진영은 이 문제를 인종차별이나 외국인 혐오로 치부한 결과가 얼마나 위험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비당파적 기관인 이민정책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바이든은 취임 첫 100일 동안 이민과 관련된 행정 조치를 무려 94건이나 내렸다. 레이한 살람 맨해튼연구소장은 ‘프리 프레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 조치들은 트럼프의 접근법뿐 아니라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가 수용했던 오랜 이민 제한 정책들”까지도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살람은 이민 문제에 대한 여론은 종종 ‘온도 조절식’이라고 말한다. 즉, 권력자들의 과도한 행동에 반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어쩌면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화된 불법이민 단속의 추악함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이민 논의를 다시 구성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살람에 따르면 보수 진영의 두려움은 이민이 국가의 ‘거대한 재생’이 아니라 토착 미국인의 ‘거대한 대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2020년과 2024년 선거에서 귀화 시민과 2세 미국인들 사이에서 ‘막대한 지지율 상승’을 얻었다. 덕분에 트럼프 본인이나 일부 참모, 지지자들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의도치 않게 이민 개혁을 더 수용 가능한 것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2024년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0%, 트럼프 지지자의 55%가 “노동력 부족을 채울 수 있는 이민자 수용”에 찬성했다.
미국의 인구 증가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며, 순이민은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기대수명은 현재 78.4세에서 80.4세로 늘어날 전망이다. 곧 연간 2조 달러 규모로 고착화될 재정 적자의 주요 원인인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는 노동력 증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제 그 유일한 원천은 이민이다.
경제적 사실은 로키산맥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다. 경제 역동성과 함께 변화하며, 이민은 그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보수파가 감세의 긍정적 효과를 예측하는 ‘동태적 분석’을 옹호한다면 이민의 경제 효과에 대해서도 같은 접근을 해야 한다.
이민의 주요 효과 중 하나는, 가사도우미, 청소원, 식당 종업원, 세차원, 식육 가공업자 등 저숙련 일자리를 채우는 이민자들이 다른 노동자들이 더 숙련된 일자리로 이동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생산성과 사회 역동성을 높인다는 점이다. 2023년 연방하원 청문회에서 카토연구소의 데이빗 J. 비어는 노동통계국이 “이 10년간 새로 생길 일자리의 대부분은 대학 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예측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저숙련 이민자(보모, 가정부, 요리사 등)는 출산을 주저하는 경향을 “상당히 줄인다”고 연구들은 말한다. 주택 부족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어는 “노동자 부족 때문에 현재 새 집을 짓는 데 약 8개월이 걸리는데, 2020년 이전에는 4~6개월이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속 세 경제학자들은 올해 미국의 순이민이 사상 처음으로 20만 명 이상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그것이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칠지’가 아니라 ‘얼마나 크게 미칠지’가 문제라고 본다. 행동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다. 그것은 곧 미국의 인적 자원이 잠식되는 쇠퇴의 선택이다. 그리고 이 쇠퇴야말로 오늘날 양당이 유일하게 공유하는 초당적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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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F·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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