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전합서 의견수렴 후 선고 수순으로 가나…전합 심리 또는 소부 선고 가능
▶ 재산분할 범위·’특유재산’ 관건…2심서 등장한 ‘300억 어음’·판결 경정 변수
▶ 2심 판결 바뀌나…崔측 부친 최종현 ‘육성파일’·盧측 최태원 ‘옥중서신’ 제출
최태원(65)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4)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을 놓고 대법원 심리가 1년을 넘겨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전원합의체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결론 수순으로 들어갈지 주목된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인 하급심과 달리 법률문제를 다루는 '법률심'인 상고심에서는 흔치 않게 양측은 막판까지 각자 주장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 2심은 사실문제가 주된 심판 대상이다. 어떤 행위나 사실의 존재 여부다. 반면 상고심은 법률 해석이나 적용이라는 법률문제가 심판 대상이다. 확정된 사실을 기초로 행위나 사실이 법률상 특정한 가치를 갖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2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비롯해 법적 가치 판단까지 모든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2심 판결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대법원이 건드릴 수 없다. 그러나 사실인정 과정에 절차상 위법이 있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증거조사와 관련해 절차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내용 측면에서는 특히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 분할을 결정한 항소심 판결 근거가 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의 존재가 대법에서도 결정적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14일(이하 한국시간)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해 7월 사건을 접수한 이래 1년2개월째 심리를 이어가고 있다.
1년을 넘기면서 모든 대법관이 참여해 판단하는 전원합의체(전합)로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2심 쟁점이 된 '노태우 비자금' 등을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크고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오는 18일 전합 심리가 예정돼 있다. 일각에선 전합이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어떤 경우든 2심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재산 분할 액수가 크기는 하나 특유재산과 공동재산을 둘러싼 쟁점이 일반적 이혼 사건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전합 판단까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은 신중한 검토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전원합의체 보고사건'으로 처리돼 대법관 전원이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고됐다고 해서 모두 회부되거나 선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합 보고사건은, 대법관 4명으로 된 '소부' 선고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전합에 보고해 의견 수렴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건,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전원합의 심리 여부를 일시적으로 외부 비공개할 필요가 있는 사건 등이다. 주심 대법관 지시에 따라 보고사건으로 다룬다.
향후 선택지는 두 가지다. 전합이 심리 후 선고하거나 전합 의견 수렴 뒤 소부가 선고하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5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어 분할액이 20배(665억원→1조3천억원)가 됐다.
천문학적 재산분할 배경에는 지금의 SK그룹이 있기까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특히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 측에 유입됐는지였다. 2심에서 등장한 증거로, 노 관장 측에 유리한 결정적 증거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갔으며 선대회장의 기존 자산과 함께 당시 선경(SK)그룹 종잣돈이 됐다고 봤다.
근거는 노 관장이 법원에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어음 봉투다. 겉면에 '선경'이라고 적힌 봉투에는 50억원짜리 약속어음 4장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당초 6장이었으나 2장은 2012년경 SK그룹에 줬다는 게 노 관장 주장이다.
300억 은닉 비자금과 관련해선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기도 하다.
최 회장은 상고하면서 적극 반박했다.
약속어음은 차용증과 달라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될 수 없고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퇴임 후 생활자금을 약속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작 300억원의 전달 시기나 방식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여러 측면에서 '300억 어음' 소지자들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은 상고심에 최종현 선대회장의 육성 파일도 증거로 제출했다.
파일에는 최 전 회장이 내부 임원회의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건 국민한테 오해받는 거다. 사돈한테 특혜받는 건 일절 피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서 "쭉 조사 다 했는데 그렇게 보니까 증권(태평양증권 인수)도 깨끗하고 이동통신도 깨끗하다"고 말한 내용도 있다고 한다.
아울러 설령 비자금 유입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아 불법 조성한 자금을 분할 대상으로 삼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경유착 정당화로, 법감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SK 기업 성장이 경제위기와 신기술 파고를 헤쳐온 임직원 노력이 아닌 정경유착 산물이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선 '노 전 대통령의 금전적 지원'은 SK그룹 성장에 노 관장 측 유형적 기여가 있었다는 차원일 뿐 금전적 지원, 즉 비자금 반환을 구하는 주장은 아니라는 반박도 나온다.
항소심은 노 전 대통령의 '뒷배'가 그룹 성장에 무형적 기여를 했다고 봤다. 선대회장이 대통령 사돈 관계를 경영의 보호막 내지 방패막이로 인식해 성공적인 경영활동과 성과를 이뤘다는 판단이다.
SK 주식이 1994년 부친에게서 증여받은 2억8천만원으로 취득해 부부 공동재산이 아닌 특유재산이란 최 회장 주장도 돈을 증여받은 시점(5월)과 주식을 매입한 시점(11월)이 다르다는 이유 등으로 배척했다.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 사업가가 아니라 선대회장 경영권을 승계받은 '승계상속형' 사업가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주식가치 상승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는 취지로도 주장했으나 2심은 임의적 구분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회장 부자의 기여분 계산에 범한 오류도 심리 대상이다. '판결문 경정' 사태다.
재판부는 선대회장 사망 무렵인 1998년 SK 주식 주당 가치를 100원으로 판결문에 썼다가, 최 회장의 기자회견 지적에 따라 1천원으로 고쳤다. 이에 따라 당초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 기여(1994∼1998년)분은 125배로 10배 늘고, 최 회장 기여(1998∼2009년)분은 355배에서 35.5배로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최 회장 측은 '치명적 오류'라고 지적했으나 재판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중간단계 사실관계의 계산오류를 수정한 것으로 재산분할 비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했다.
노 관장 측은 상고심에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으로 구속된 최 회장이 자신에게 보낸 '옥중서신'을 증거로 낸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에는 SK그룹 운영과 관련된 내용이 담겼는데, 노 관장은 자신이 경영적 조언을 했다고 주장한다. 2심처럼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취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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