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DIC 예금자 보험 대상 아냐
▶부가 서비스 가입해 보상 대상
▶ 자금 관리 불분명, 고위험 투자
▶세부 약관 이해하고 사용해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결제 앱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예금 보험 보상 등과 관련된 약관이 허술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온라인 전자 결제 시스템 ‘페이팔’(PayPal)의 한 사용자는 지난달 계좌에서 99달러가 사기로 의심되는 거래로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다. 이 사용자는 이후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디지털 결제 앱의 사용 약관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실망스러운 경험을 여러 번 해야 했다. 페이팔 측에 의심되는 거래를 신고한 뒤 고객 서비스와 연락하는데 많은 시간을 써야 했다. 한 달에 걸친 지루한 노력 끝에 피해 금액을 돌려받은 후에 이 사용자는 친구들에게 디지털 앱을 주의해서 사용할 것을 부탁하고 있다.
■디지털 결제 앱 사용 급증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소비자 중 약 4분의 3은 페이팔, 벤모, 캐시앱과 같은 디지털 결제 앱을 사용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직전 해인 2022년에 비해 무려 68%나 급증한 것이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의 보고서에서도 디지털 결제 사용 규모는 2018년과 2022년 사이 무려 4배나 늘었고 사용자는 대부분 젊은 층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 결제 앱이 친구나 가족 간 송금 용도 사용되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CFPB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결제 앱을 일반 은행이나 크레딧 유니온의 대체 금융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늘고 있다. 캐시앱이나 페이팔을 통해 급여를 자동 이체받는 사용자도 있고 일부 사용자는 앱에 입금된 돈을 나중에 지불할 목적으로 그대로 남겨두고 은행 계좌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CFPB와 소비자 감시 단체들은 디지털 결제 앱에 보관된 자금이 사기나 고위험 투자 피해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 가입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결제 앱에 보관된 자금을 보호하는 규정이 주마다 다르고 고객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많아 많은 사용자가 혼란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들이 적절한 사용법을 모르고 디지털 결제 앱을 사용하고 있어 여러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
■예금 보험 보상 받기 어려워
컨슈머리포트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결제 앱에 자금을 보관하는 사용자는 약 6%로 많지 않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단체는 이 같은 사용 방법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주의할 것을 경고한다. 일반 은행에 체킹 및 세이빙 계좌를 둔 사용자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계좌 당 최고 25만 달러까지 보호받는다.
반면 디지털 결제 앱은 동일한 수준의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운영 업체가 자금난을 겪거나 파산할 경우 앱에 보관된 자금을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
디지털 결제 앱이 FDIC의 보험 적용을 받는 은행과 제휴해 사용자에게 ‘패스 스루’(Pass-Through) 보험 보상을 제공하지만 패스 스루 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추가 서비스를 신청해야 한다. 벤모의 경우 ‘계좌 입금’(Direct Deposit), 첵캐싱, 암호화폐 매매 등의 서비스 사용자를 대상으로 보험 혜택을 적용한다.
페이팔 보험을 제공받으려면 계좌 입금, 암호화폐 매매 외에도 페이팔이 발급하는 직불 카드나 크레딧 카드를 개설해야 한다. 캐시앱의 경우 선불카드에 계좌를 연결해야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페이팔 등 일부 앱은 FDIC 보험이 적용되는 세이빙 계좌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디지털 결제 앱의 예금 보험 보장과 관련된 지침과 세부 약관을 잘 이해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위험 투자도 가능
디지털 결제 앱의 주요 수익원은 크레딧 카드를 사용해 송금하는 사용자와 즉시 송금 서비스 사용자로부터 받는 수수료다. 크레딧 카드를 직접 발급하는 앱의 경우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Swipe Fee)와 크레딧 카드 고객에게 직접 부과하는 이자를 통해서도 수익을 올린다. 또 다른 수익원은 바로 고객이 앱에 보관하는 자금을 투자해서 올리는 수익인데 일반 은행에 비해 덜 엄격한 규정을 적용받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 은행 등의 금융 기관은 하루 인출액에 대비한 충분한 자금을 남겨두고 나머지 자금을 수익 창출을 위한 대출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또 상업 은행의 경우 고객의 자금으로 투자 위험이 높은 주식, 선물, 옵션 등에 투자하는 행위에 규제를 받는다. 반면 이 같은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정이 디지털 결제 앱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디지털 결제 앱이 투기성 사업체에 별다른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여러 앱은 사용자의 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보관되는지 회사 파산 시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약관 두지 않고 있다.
벤모와 모회사인 페이팔은 각 주의 규정에 따라 유동성 투자 상품에 투자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동성 투자 상품으로는 위험이 낮은 정부 채권에서부터 변동성이 큰 주식과 암호화폐 등 현금화가 가능한 상품이 포함된다. 이에 반해 구글페이의 경우 사용자의 자금이 어떻게 관리되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소비자 감시단체들은 디지털 결제 앱의 약관이 사용자의 자금 보관 방식, 보험 적용 여부, 모회사 파산 시 관리 방식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포함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다.
■송금 사고는 사용자 책임
컨슈머리포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결제 앱 사용자 중 약 6%는 엉뚱한 수신인 및 사기 범죄자에게 송금하거나 송금한 돈의 수신 여부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결제 앱 사용에 따른 이 같은 피해 원인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피해를 보상받는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사용 시 수신인의 이름이나 아이디를 정확히 입력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 금융 기관의 경우 고객의 자금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디지털 앱 사용 시 발생하는 피해 위험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디지털 결제 앱의 경우, 돈을 잘못된 사람에게 보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사용자의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디지털 결제 앱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객 서비스에 연락한 사용자 중 약 77%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겪었고 5명 중 1명은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12개 주 규제 법안 통과
디지털 결제 앱은 연방 정부의 까다로운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신 주 규정을 따라야 하는데 최근 몇 년간 12개가 넘는 주에서 디지털 결제 앱 등 송금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순자산, 채권 및 허용 가능한 투자’를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소비자 감시단체들은 이들 규정이 사용자 보호에 여전히 취약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비교적 엄격하다는 규정도 ‘허용 투자’ 범위에 투자 위험이 높은 주식을 포함하고 있고 예금 보험 적용을 의무화하는 법률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디지털 결제 앱 규제가 이처럼 분산적으로 시행되는 점 때문에 사용자들의 혼란을 가중한다는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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