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원전 예정대로 건설 결정
▶ AI 등 첨단산업 막대한 전력 필요
▶ 대응 가능 무탄소 전원은 원전뿐
▶ 수요·여론 명확해지자 정책 선회
▶ 기후부, 추가 건설 가능성 열어둬
정부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예정대로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하자 원전 업계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커졌던 원전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정부 발표에 따라 일거에 해소되면서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탈(脫)원전 기조를 포기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당장 11차 전력수급계획만 봐도 전력 수요는 2025년 566.1TWh(테라와트시)에서 2038년 735.1TWh로 약 30% 증가할 예정이다.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수요가 2024년 추산 당시보다 대폭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2차 전기본에서의 전력 수요는 이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하면서 수송 부문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62.8% 줄이고 신차 판매의 7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전환하기로 한 점까지 고려하면 전력 수요는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 원전을 늘릴 수밖에 없는 한국적 현실도 있다. 김성환 장관은 “한국은 에너지 섬나라이면서 국토 동서 폭이 짧아 태양광 중심의 전력 운영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줄이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가 원전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정부로서는 탈원전에 무게를 싣기 어려운 대목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탈원전의 본고장인 유럽에서조차 원전을 앞다퉈 증설하는 상황에서 원전을 포기했다가 전력난에 부딪히면 국가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독일이 원전을 버렸다가 제조업 경쟁력 전체가 굴러떨어진 사실을 냉정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신규 원전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의 비중이 70%를 넘기며 탈원전 ‘엑시트’를 위한 토대를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2038년까지 대형 원전 건설이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12년 치 국내 일감이 확보된 셈이기 때문이다. 부산 기장, 울산 울주, 경북 울진·경주·영덕, 강원 삼척 등 원전 유치를 준비하고 있던 지방자치단체들도 유치전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필요하면 원전 신설 계획을 추가하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을 닫아두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한 에너지믹스인지 12차 전기본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최성민 원자력학회장은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원전을 확대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제대로 전력 수요를 추정한다면 12차 전기본에 얼마든지 신규 원전 수요를 더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11차 전기본만 해도 당초 신규 대형 원전 3기를 건설하는 내용이 담겼으나 국회 보고 과정에서 2기로 축소된 것이므로 얼마든지 확대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최근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전력 수요가 상당히 추가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무탄소 전원은 결국 원전뿐”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런 요구를 수용해 12차 전기본 수립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12차 전기본에는 AI·전기차 확대 등에 따른 전기화 수요를 예측하고 탄소 중립을 위한 분산형 전력망 계획 등을 최대한 과학적·객관적으로 담아내려 한다”며 “필요한 정보는 최대한 공개하면서 국민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기후부에 따르면 12차 전기본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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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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