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수출 275.6% 급증한 15만톤
▶ 2014년 이후 국내 최대물량 판매
▶ 고관세에도 미 비중 58.4% 달해
▶ 현지 철근값 인상에 경쟁력 확보
미국 정부가 수입되는 모든 철강 제품에 50%의 초고율 관세를 부과했지만 오히려 국내 철강사들의 철근 수출은 급증했다.
미국 철강업체들이 철근 가격을 인상하면서 국내산 철근이 관세를 적용받더라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았고 국내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오히려 유리했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 수요 회복이 올해도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철강사들은 미국을 비롯한 해외로 눈을 돌리며 혹한기를 견뎌내고 있다.
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업체들의 철근 수출 규모는 15만1,562톤으로 전년 동기(4만346톤) 대비 275.6% 급증했다. 이는 2014년 이후 최대치다. 한편 지난해 국내 철근 수입은 10만3,688톤으로 같은 기간 반 토막이 났다. 국내 철근 수출이 수입 규모를 앞지른 것은 2011년 이후 14년 만이다.
특이한 점은 미국으로의 수출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철강사들의 철근 수출국 가운데 미국은 9만683톤으로 물량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철근의 미국 수출은 직전 해(3,698톤)와 비교하면 무려 2349.5% 넘게 늘어났다. 전체 수출 물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58.4%) 역시 절반을 넘겼다. 미국 다음으로 싱가포르(3만2,017톤), 괌(1만2,602톤), 호주(7,276톤), 도미니카공화국(6,045톤) 등이 수출 상위국 명단에 올랐다.
국내 철강사들이 50%의 초고율 관세를 부담해서라도 미국 수출을 늘린 것은 우선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미국 내에서는 국내산 철근이 미국산 제품들과 가격 경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주요 철강사들이 잇따라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한국산 수입 철근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국내 내수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제품 가격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으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현재 1년 넘게 통상 손익분기점인 톤당 78만 원 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5년 만의 최저 수준인 65만 원 선까지 떨어졌던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올해 들어 겨우 70만~71만 원 선을 되찾았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철근의 미국 수출단가는 톤당 530달러(약 76만8,000원)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국내 유통가격을 훨씬 웃돌았다. 미국 수출 단가도 철강사의 손익분기점보다는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국내 판매보다는 손실이 적다. 아울러 지난해 원화 약세가 심화된 것도 미국 수출이 늘어난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철근뿐만이 아니다. 압연·제강된 철강 제품을 포괄하는 철강재 전체 수출(2,825만 톤)에서 미국 수출 규모는 254만 톤으로 일본(338만 톤) 다음으로 많았다. 철강재도 철근과 동일하게 관세 인상 이후 누코스틸·스틸다이내믹스 등 미국 주요 철강업체들이 철근·강관· 파이프 등의 가격을 동반 인상한 것이 수출 물량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지난해 6월 한국 등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기 앞서 수출 물량이 급격히 늘어났던 점도 수출 물량이 늘어난 데 한몫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이 급증하기는 했지만 철강업체들의 실적은 단기간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철근 수요가 767만 톤으로 지난해(710만 톤)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주요 철강사들은 제품 수출 확대 및 수출선 다변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인도·호주·미국 현지 생산 기지 확충과 아울러 동남아시아·중동 등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 역시 지난해 싱가포르·태국에서 인증을 취득하며 봉형강 등 수출 제품군 확대에 나서는 등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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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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