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다음 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맞이한다.
특히 APEC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은 물론 전 세계 이목이 쏠린 미중 정상회담까지 연쇄적으로 열리는 만큼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취임 후 가장 중요한 외교무대를 맞닥뜨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중 갈등 속에 빨라지는 세계 무역질서 재편, 이와 맞물린 한미 관세협상 문제 등 대외적으로 험난한 도전이 이어지는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이 관문을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향후 국정운영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美·中·日 정상 경주로…한미회담서 '관세' 성과 낼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내주 아세안·APEC 정상회의 일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APEC 의장국으로서 능동적 플랫폼 외교 전개를 통해서 유엔 총회 계기 본격 복원된 정상외교의 새로운 도약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관심이 쏠려있는 일정은 31일부터 내달 1일까지 예정된 APEC 정상회의다. 그중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모두 국빈방문 형태로 방한한다. 미국과 중국 정상이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처음이다.
위 실장은 특히 "미국과는 역대 최단기간 내에 정상 간 상호방문을 완성했다"며 "중국 정상의 방문 역시 11년 만으로, 한중 관계 복원의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 일정을 살펴보면 우선 한미 정상회담은 29일 오후에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좀처럼 마침표를 찍지 못했던 한미 관세협상, 동맹 현대화를 포함하는 안보 패키지 협상 등에서 양 정상이 '톱다운' 논의를 거쳐 가시적 성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최근 공개된 미국 방송사 CNN과의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통상협상을 타결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예상보다 협상이 길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중 정상회담은 내달 1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열리는 APEC 폐막식에서 이 대통령이 다음 정상회의 개최국인 중국의 시 주석에게 의장직을 인계하고, 당일 오후 양 정상이 곧바로 회담을 갖는다.
미중 갈등 속에 한중 관계를 어떻게 관리해내느냐가 이 대통령의 숙제다.
위 실장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안에 더해, 한반도 이슈와 북한 이슈 및 주변 정세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사이인 30일에 열린다.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이 통상 갈등 해결을 위한 물꼬를 튼다면 세계 경제 전반에 그 파급력이 적지 않은 만큼 회담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한일 정상회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위 실장은 "회담을 준비하는 중이며 실무선에서 날짜가 좁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신임 일본 총리와 조기에 대면 교류를 하면서 긍정적인 한일관계 흐름이 유지될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위 실장은 "저희가 아는 바로는 북미 간 새로운 동향은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 APEC 의장국으로 AI 등 '미래 이슈' 담론 주도…UAE 왕세자 방한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29일)과 한중 정상회담(1일) 사이에도 APEC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다양한 외교 일정을 소화한다.
우선 본회의 개막 전인 29일 오전에는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 개막식에 특별 연사로 참여한다.
이튿날인 30일에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포함해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여러 참가국 정상과의 양자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캐나다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잠수함 수주 건을 포함한 방산 협력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31일에는 APEC 정상회의 본회의가 개막한다.
제1세션에서는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라는 주제 아래 무역 및 투자 증진 협력 방안이 논의된다.
특히 여기엔 APEC 21개 회원국 경제단체 외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칼리드 아부다비 왕세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제1세션이 끝난 뒤 APEC 기업자문위원회(ABAC) 위원들과 오찬을 하며 건의 사항을 청취하고, 오후에는 APEC 회원 경제 지도자, 기업인, 내외빈을 초청한 환영 만찬에 참석한다.
본회의 마지막 날인 내달 1일 오전에는 '미래의 변화에 준비된 아시아 태평양 비전'을 의제로 인공지능(AI) 발전, 인구 구조 변화 등 새로운 경제 흐름을 주제로 토의하는 제2세션이 진행된다.
◇ 아세안 찾아 '스캠대응' 논의도…日총리 첫 대면 주목
APEC에 앞서서는 이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6∼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다.
특히 현지에서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발전과 온라인 스캠범죄 대응 공조 등 현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이어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한국과 아세안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곧바로 진행되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과 한중일 3국 간의 협력 강화를 강조할 방침이다.
오후에는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예정됐다.
이 자리에서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와 무역 투자, 인프라, 방위산업 등 실질적인 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통해 ▲ 정부의 아세안 중시 기조 재확인 및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의 발전 방향 제시 ▲ 아세안과 한중일의 다층적 지역 협력 견인 ▲ 정부 한반도 정책에 대한 아세안의 지지 확보 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회의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도 참석할 것으로 보여, 이 대통령과의 첫 대면이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연합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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