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죠? 저희는 부엌을 고친 줄 알았는데, 고쳐진 건 우리 가족이었어요.”
며칠 전 한 고객이 집리모델링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집을 고치다 보니, 우리가 고쳐졌다.” 이 말이 참 오래 남았다. 집을 고친다는 건 단지 벽을 칠하고 타일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온도를 다시 맞추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낡은 부엌, 대화의 불씨가 되다
그 가족의 부엌은 오래 전부터 고민거리였다. 낡은 찬장 문짝은 덜컥거렸고, 후드에서는 소음이 났다. 매번 “언젠간 고치자”하면서도 미루었던 부엌이었다. 그러다 어느날, 가족 회의 끝에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첫 주부터 소리가 요란했다. 타일 색깔을 두고 엄마와 아들이 다투었고, 아빠는 예산이 걱정이라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날 이후 집안에 대화가 늘었다. “조명은 주문됐대?”, “엄마는 밝은 색이 더 좋다는데, 넌 어때?” 도면을 펼쳐놓고 웃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다. 전에는 각자 방으로 흩어졌던 가족이 이제는 부엌 한가운데 모여 함께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고치는 동안 배운 것들
리모델링은 공사이면서 동시에 대화의 연습장이었다.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마다 부딪히고, 그러면서 합의의 기술을 배워갔다. 아빠는 견적서를 살피고, 엄마는 색상을 고르고, 아이는 부엌 조명 사진을 찾아왔다. 처음엔 사소한 일로 다퉜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의 이유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왜 그 색이 좋아?”, “그게 더 따뜻해 보여서” 그 한마디가 공사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었다. 서로의 취향을 이해하고, 서로의 마음을 인정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가족은 그때 처음으로 배웠다고 했다. 다르다는 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공사 끝, 대화의 시작
몇 주 뒤, 공사가 끝났다. 새 부엌은 눈부시게 환했고, 새 식탁 위에는 여전히 옛그릇들이 놓여있었다. 그날 저녁, 가족은 함께 첫 식사를 했다. “이 조명 아래서 먹으니까 음식이 더 맛있다”, “오늘은 내가 설거지할게” 그 날은 휴대폰 대신 웃음소리가 오갔다.
누군가는 그저 공간이 바뀐 것뿐이라 하겠지만, 그 가족은 알고 있었다. 바뀐 건 공간이 아니라 관계였다는 걸. 그 부엌에서 다시 대화가 시작됐고, 그 대화 속에서 가족의 하루가 조금씩 따뜻해졌다.
▲집은 마음의 그릇이다
사람은 누구나 더 좋은 집을 꿈꾼다. 하지만 때로는 벽지나 가구보다 먼저 바꿔야하는 게 있다. 그건 바로 서로를 향한 마음의 방향이다. 리모델링은 단지 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다. 집안의 공간을 새롭게 하며, 가족의 시선이 다시 서로를 향하게 만드는 시간이기도하다.
벽을 새로 바르고, 조명을 달고, 식탁을 옮기는 동안 가족은 모처럼 함께 웃고, 기다리고, 결정했다. 그 안에서 대화가 자라고, 배려가 익어갔다. 집이 조금 밝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마음이 더 밝아진 것이다.
문의 (703)928-5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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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경호 The Schneid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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