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관세 부과후 동맹과 협상’ 보도… ‘국내 원료, 미 제조’ 영향받나
▶ 중국의 美 LFP 진출 차단 땐 ‘후발’ 한국에 기회…韓 음극재도 미국서 ‘활로’
한국이 미국의 배터리 소재 수입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힌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가 이차전지 소재에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보도가 전해져 한국이 우선 압박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 중심의 대미 협상력 제고가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한국시간)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한 유엔 무역통계(UN Comtrade)에 따르면 미국의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수입액은 2020년 50억2천100만달러에서 2023년 96억9천800만달러로 93.1% 증가했다.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다.
미국의 배터리 소재 수입이 배 가까이 느는 동안 중국 비중은 크게 줄고, 한국 비중이 급격히 상승했다.
2020년에는 중국이 28.9%로 1위였고 일본(17.2%), 독일(10.1%), 캐나다(9.1%)가 뒤를 이었다. 당시 한국의 비중은 8.5%로 선두권에 끼지 못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한국과 일본이 각각 33.7%, 26.4%로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3위인 중국의 비중은 8.4%로 뚝 떨어졌다.
2023년 한국의 대미 3대 배터리 소재 수출액은 총 32억6천800만달러였다. 양극재가 29억3천만달러로 90% 가까이 차지했다. 통상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는 전체 배터리 가격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런 변화는 미중 신냉전을 배경으로 한 세계 공급망 개편 흐름 속에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지으면서 한국에서 원료로 가져다 쓰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 소재의 양이 늘어난 상황이 무역 통계에 반영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1공장, 테네시주에 2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은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이 전기차 소비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터는 인수팀 내부 문건을 인용해 "세계 모든 배터리 소재에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고, 이후 동맹국들과는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소비·생산 보조금을 줘 친환경 전기차 보급을 늘리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노력을 해왔다.
트럼프 진영은 이런 '당근' 대신 관세라는 '채찍'을 활용하면 국가 재정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자국으로 투자를 유인하고 중국의 자국 내 산업 영향력도 축소할 수 있다고 여긴다.
문제는 협상의 여지가 있겠지만, 무차별 배터리 소재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 배터리 업계가 'IRA 질서'에 적극 대응해 구축한 '한국 재료, 미국 생산' 질서에 큰 영향이 생기게 된다는 점이다.
IRA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된 배터리 소재도 자국산과 동등하게 인정해 전기차 소비 보조금을 준다.
한국 배터리 기업은 대부분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셀 공장을 짓고 양극재 등 소재를 한국, 캐나다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을 가져다 쓰는 사업 모델을 구축 중이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배터리 소재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수요를 억제해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업계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트럼프 신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한국 등 우방국 기업들에 자국 내 배터리 소재 생산 시설 건설 요구를 강화한다면 기업들은 전에 없던 추가 투자 부담을 질 수 있다.
다만 트럼프 신정부의 대중 견제 의지가 바이든 행정부 이상으로 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국이 선도 기술을 장악한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한국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어 기회 측면도 공존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중국산 음극재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관세가 크게 오르면 중국산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유일의 음극재 양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이 대미 수출에서 활로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도 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우방국은 협상을 거쳐 제외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실제 열외가 될 수 있는지는 정부의 로비력에 달렸다"며 "산업 전반의 비용 상승에 수요 감소가 우려되나 중국 LFP 소재 관세가 높게 매겨지면 한국 소재의 시장 경쟁력이 확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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