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을 받은지 거의 20년만인 지난 2011년에야 시민권을 신청했다. 시민권 선서를 하던 날 유권자 등록을 마쳤고 그해 11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선거에서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선거에 앞서 집으로 우송된 우편투표 용지에 한국과는 달리 대통령을 포함해 선택해야 할 후보들과 발의안들이 너무 많아 압도됐던 기억이 난다. 교사로 일하는 아내 덕분에 캘리포니아 교사 노조에서 날라 온 선거 가이드를 참고해 그럭저럭 후보와 발의안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후 매 선거마다 거르지 않고 우편투표 방식으로 소중한 참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선거 때는 실제 현장 투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 거주지인 다이아몬드바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했다.
오는 11월5일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선거에서도 유권자로서 선택할 것들이 많다. 우선 향후 4년간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통령을 뽑아야 하고, 내가 사는 지역을 대표하는 연방 상원 및 하원의원 , 주 하원의원 , LA카운티 검사장, 5명의 LA카운티 수피리어 법원 판사에 투표해야 한다.
이외에도 주 발의안, 카운티 발의안, 커뮤니티 칼리지 관련 발의안 등 20여개에 가까운 발의안에 한표를 던지게 된다. 투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소수계의 정치력 신장은 투표에서 나온다. 소수계 일수록 유권자 파워를 조직해 연방, 주, 지역 정부에 영향력을 높이고 그 힘으로 소수계에 유리한 법안이나 조례를 만들거나 불리한 법안이 있다면 바꿔야 한다.
투표율이 높을 수록 정치권에서는 해당 소수계를 대표하거나 우호적인 정치인을 추천할 수밖에 없다. 2022년 연방센서스 추산에 따른 미주 한인 인구는 205만여명이다.
퓨리서치센터가 센서스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한인 유권자 수는 2021년 현재 110만명으로 아시아 출신 국가별로는 5위다. 아시아계 전체 유권자는 1,340만명으로 전체에서 5.5%를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계가 280만명으로 가장 많다. 2위 필리핀계 260만명, 3위 인도계 210만명, 4위 베트남계 130만명 순이다.
본보가 유권자 등록 현황 조사기관인 폴리티컬 데이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9월 초 현재 캘리포니아의 한인 유권자 수는 21만8,54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9월 당시 한인 유권자수 18만8,754명에 비해 15.8% 증가한 것이다.
유권자수로만 보면 캘리포니아에서 한인 ‘보팅 파워’가 그만큼 커켰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LA 카운티의 경우 한인 유권자수는 9만6,235명에 달해 지난 대선 때의 8만9,822명에 비해 7.1% 늘어났다.
그러나 한인 유권자들은 투표권이 있어도 실제 투표장에 나와 한 표를 행사하는 투표율이 낮다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2020년 대선 때 한인들의 투표율 60%로 조사됐다. 이는 2016년 대선(45%)에 비해 급등한 것이기는 하지만 인도계 71%, 일본계 66%에 한참 뒤졌다.
투표율 집계전문 웹사이트인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선을 겸한 선거에는 미국 전체 등록유권자 2억3,900만명의 66.9%인 1억6,000만명이 투표했다. 1900년 선거 이후 1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었다.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맞붙었던 2016년 대선 투표율은 59.2%였다
일부 한인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주에 따라 민주당 혹은 공화당 우세가 확연한데다 2억3,900만 명의 전체 유권자 중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10만명의 한인 유권자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투표에 소극적이다. 얼마 전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남부 경합주 중 한 곳인 조지아주에서 한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수도 있다고 보도해 관심을 끌었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후보는 조지아주에서 1만2,000표 정도의 격차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 조지아주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한인들의 유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한인 인구가 두 배가 돼 어쩌면 한인 유권자들의 표가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게 폴리티코의 예상이다.
한인 유권자 수에 상관 없이 11월 선거에서 미주 한인들의 투표율이 최소한 아시아계 중 제일 앞서고, 미국 전체 투표율보다 높게 나온다면 민주.공화 양당은 앞으로 한인들의 표심에 주목할 것임에 틀림없다.
투표만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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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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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펜실베니아, 조지아, 위스컨신 등 7개 경합주에 살지 않으면 투표할 필요도 없죠. 보나마나 켈리, 뉴욕같은 주는 민주당을 그리고 텍사스, 오클라호마 같은 주는 공화당을 찍을것은 뻔하고 이런 주에 살면 투표 하나 마나 결과는 똑같음. 이래서 미국도 선거인단 제도를 없애고 대중 투표로 바꿔야 어느 주에 살던 그 하나의 투표가 제역활을 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