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전문의
환자들에게 운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우리 환자들은 이렇게 두가지로 답을 해온다. 먼저 평소 내가 하는 일이 다 운동이라고 말한다. 식당에서 근무하시거나 박스를 나른다거나 페인팅, 청소, 집안일 등 하루종일 몸을 움직여 운동이 된다고 하신다. 두번째는 매일같이 걷는다고 답하는 환자분도 많다. 등산을 자주 하거나 골프코스를 돈다거나 가벼운 산책을 한다고 매일 운동을 하는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물론 매일같이 가볍게 걷는 것은 정말 좋은 습관이지만 그리 효과적인 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운동 효과를 보기위해 권장하는 정도는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빨리 걷는 강도를 말한다.
빨리 걷기는 따로 돈도 들지 않고, 또 어르신들이나 만성질환 환자분들도 매일같이 걷기운동을 하면서 점차 강도와 속도를 올리면 얼마든지 지속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런데 단순히 빨리 걷기 운동만으로 건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효과가 있다.
첫번째로 빠르게 걷기는 무릎이나 골반에 생기는 관절염에 큰 도움이 된다. 보통 관절염이 있는 환자분들은 반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관절이 아픈데 자꾸 걸으면 관절염이 더 심해지지 않겠냐고 말이다. 만약 처음부터 관절에 무리가 갈 정도로 큰 자극을 주는 운동을 한다면 그럴 수 있지만, 빠르게 걷기 운동은 오히려 관절 건강을 지켜준다. 빠른 속도로 걷는 동안 관절이 힘차게 움직이면서 관절내 윤활작용이 생겨 보다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게다가, 무릎과 골반을 지지해주는 주변 근육들의 힘을 키워 관절을 더욱 강화시키고 부상을 방지할 수 있게된다. 또한 운동을 할때 뇌에서 진통 작용을 하는 호르몬인 엔돌핀 분비되면 자연 진통제 효과가 함께 나타난다. 갑자기 안 하던 걷기 운동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다음날 근육이 뻐근하거나 관절에 통증이 심해질 수도 있지만, 꾸준히 빨리 걷기 운동을 계속한다면 관절염 자체가 점차 완화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평소 관절염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던 환자들이 실제로 꾸준한 빨리 걷기 운동을 통해 진통제를 끊게 된 경우도 있다.
두번째로, 최근 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에서 빠르게 걷기 운동의 효과 대해 주목할 만한 논문 결과를 발표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령에 상관없이 매주 7시간 이상 정기적으로 빨리 걷기 운동을 한 여성들의 경우, 유방암 발병 위험을 14-21% 까지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수많은 여성들을 오랜 기간 추적관찰하여 도출되었고,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에게서도 발병율이 낮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세번째로 빨리 걷기는 골다공증을 예방하거나 늦추는데 도움이 된다. 빠르게 걷는 동안 척추와 골반에 유익한 자극을 줘서 골밀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척추과 골반뼈에서 골형성에 대한 자극을 유발하는 한편 골흡수 작용은 낮춘다고 한다. 따라서 골다공증 환자들은 약을 복용하는 동시에 이렇게 빨리 걷기 운동을 병행하는 것 만으로도 골밀도를 다시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척추와 골반에 자극을 주는 운동이나 근력운동을 하지 않으면 골밀도 감소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또한 골형성을 위해 우리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 D와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음식으로 골고루 섭취할 수 없다면 영양제로라도 섭취하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는 규칙적으로 빨리 걷기 운동을 하는 경우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여 치매를 사전에 50%까지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본 연구에서는 55세부터 80세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일년 간 지켜보았는데, 첫번째 그룹은 일주일에 4-5일을 30-40분씩 규칙적으로 빨리 걷기를 하였고, 두번째 그룹은 유산소 운동이 아닌 일반적인 스트레칭과 토닝운동을 하였다. 첫번째 그룹의 50명 중 48명에게서 뇌로 가는 혈액순환 전달이 두번째 그룹보다 훨씬 강하게 관찰되었고, 뇌와 목의 혈관이 팽창되는 것을 보였다. 빠른 걸음은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숨이 차고, 땀이 나고, 맥박이 올라가면서 우리 뇌에 필요한 산소와 포도당같은 영양소까지 더 빠르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평소에 가볍게 살살 걷는 대신 조금 더 빠르게 걷는 운동을 계속한다면 우리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운동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 오늘부터 당장 일주일에 150분 이상 빨리 걷기 운동을 시작하여 우리 몸을 더 건강하게 지키도록 하자.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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