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색 공주 드레스, 파란색 수퍼 히로’ 시대는 지났다

미국의 부모들이 성별이 분명한 장난감이나 복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며칠 후 할로윈을 앞두고도 여자아이는 공주 드레스, 남자아이는 액션 피겨 코스튬 등으로 성별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스테레오 타입이 못마땅한 것이다.

장난감이며, 옷, 코스튬 하다못해 칫솔이나 스낵 봉지까지 어린이 용품들은 남자용 여자용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녀 구분을 없애고 그냥 ‘어린이용’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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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콘신, 폰드 위 라크에 사는 벨링 부부는 지난 달 3살짜리 딸의 할로윈 코스튬을 사러 월마트에 갔다.

브리타니와 A.J.의 딸 알리시아나는핑크색 공주 드레스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는 구역을 지나 곧바로 수퍼히로 복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이언 맨이 좋을까? 스파이더 맨이 좋을까? 헐크가 되어 볼까? 그때알리시아나의 눈에 쏙 들어온 것은번쩍이는 방패 갖춘 캡틴 아메리카복장이었다. 알리시아나는 이번 할로윈에 마블 코믹스의 수퍼히로 복장으로 트릭 오어 트릿을 나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연간 매출 220억달러 규모의 장난감 제조사와 소매업체들이 남녀 공용 혹은 성별과 무관한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장난감 제조사들이 남자아이용 장난감, 여자아이용장난감으로 못 박아 마케팅 하는 걸조심할 뿐 아니라 장난감 소매체인들 역시 매장에 성별 구분 없는 안내판이나 남녀공용 표지판을 달고 있다.

지난 8월, 타겟은 남아용 장난감,여아용 장난감이라는 표지판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디즈니 스토어는 올해부터 어린이용 할로윈 코스튬을 진열하면서 여자용,남자용 안내판을 없앴다. 모든 코스튬을 그냥 ‘어린이 용’이라고 표시했다. 아울러 도시락통, 백팩 등 다른용품들에 대한 남녀 표시 꼬리표도없앴다.

아마존 역시 성별에 근거해 어린이 장난감들을 분류하던 카테고리를없앴다. 내년 봄, 마텔은‘ DC 여자 수퍼 히로’라는 액션 피겨 라인을 새로출시할 예정이다. TV 시리즈‘ 수퍼걸’이 최근 CBS에서 방영되기 시작하기도 했다.

“성별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장난감 제조사도 소매업체들도 과거같은 방식으로 장난감을 성별로 표시하지 않는다”고 장난감 평가 웹사이트인 TTPM의 짐 실버 편집장은 말한다. 그의 관찰에 의하면 장난감 업계가 남자용, 여자용으로못 박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많은 여자아이들이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가 되고 싶어하고 소꿉장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하는 남자아이들도 많다는것이다.

남녀를 스테레오 타입별로 구분하던 데서 사회가 벗어나면서 어린이용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패션에서도 남녀공용 패션이 부상하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부터 에르메스에 이르는 고급패션 디자이너들이 남성복과 여성복구분을 없애가고 있다.

노스 페이스나 파타고니아의 상대적으로 남녀구분 없는 운동복들이인기를 끈 것도 유니섹스 디자인 확산에 도움이 되었다. 컨버스, 밴스 혹은 버켄스탁 같은 신발 브랜드들 역시 남녀 공용의 스타일들을 내놓고있다. 스마트워치나 운동량 모니터기같은 착용용 테크놀로지 제품들은상대적으로 남녀 구분이 없다.

이제는 남자가 샤핑을 가서 여자스카프가 마음에 들면 성적 취향이어떠하든 그냥 사는 것이 추세라고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상이 먼저 변하니 소매업체들이 이를 뒤따라가는 모양새이다.

어린이용품을 남자용 여자용으로구분한 마케팅에 반기를 든 것은 부모들이었다. 업체들이 여자아이들 제품을 지나치게 여성스럽게 만든다는비판의 글을 부모들이 소셜미디어에올리고, 딸이나 아들이 남녀 구분 무시하고 장난감이나 옷을 선택한 것을 자랑스럽게 전하는 글을 올리고있다.

예를 들어 뉴저지의 엄마인 리사라이더는 랜즈 엔드 사가 남자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과학 콜렉션을 내놓자 이를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페이스북을 통해 보냈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랜즈 엔드는 여자아이들을위한 과학 주제의 셔츠를 출시했다.

보다 최근, 버지니아의 아버지인폴 헨슨은 3살짜리 아들이 이번 할로윈에 디즈니 영화 ‘프로즌’에 나오는 엘사 드레스를 입으려 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타겟이 장난감 진열구역에 성별 표시를 없앤 것은 오하이오의 애비 베첼이 트위터에 항의 문구를 올린 데따른 것이었다. 애비는 타겟이‘ 여자아이용 빌딩세트’라는 표지판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타겟은 지난 8월,어린이 장난감과 침구 진열 구역에서성별에 기초한 표지판을 제거한다고발표했다.

토이스 R 어스는 이미 얼마 전부터 장난감을 남아용 여아용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이 마아다 노는패턴이 다른데 그것이 반드시 성별로갈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토이스 R 어스의 역할 놀이 시리즈인 피자 셰프나 현금 출납원 같은 놀이 세트는 남자아이 여자아이 모두에게인기가 높다.

UC 데이비스의 사회학 교수인 엘리자벳 스윗 교수에 의하면 어린이장난감이 성별 스테레오타입화는 지난 1984년 TV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가 없어지면서 심해졌다. 트랜스포머, 마이 리틀 포니 같은 인기 장난감들이 저마다 각자의 TV 쇼를 갖게 되면서 남자아이 여자아이 구분이 깊어졌다. 이런 현상은 여전히 남아있다.

핑크 통로에 가보면 모든 게 정말로 너무나 핑크색이라고 스윗 교수는 말한다. 학용품이며 칫솔, 토끼나 공주가 그려진 스SOR 혹은수퍼맨이 그려진 스낵 등 사실 상모든 것이 남녀로 구분되었다는 것이다.

남녀 구분을 없애자는 추세에 맞춰 마텔은 DC 여자 수퍼히로 라인을 만들어 부모들 블로그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원더우먼을 비롯한 여자 수퍼 히로 피겨들은 운동선수 같이 힘이 넘치는 포즈들을 하고 있다.

핑크 색은 전혀 없다. 여자아이들은진짜 여자 수퍼 히로를 원한다는 것이다.

반면 마텔의 연구에 의하면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액션 피겨에서 바라는 것은 좀 다르다. 남자아이들은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을 쳐부수는 이야기, 그래서 승자와 패자가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반면 여자아이들도 액션과 전투를 좋아하기는하지만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을 꼭죽여야 하나? 두 사람이 나중에 친구가 될 수는 없을까 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성별 구분 없는 장난감을 홍보하는 영국의 비영리 기구‘ 장난감을 장난감으로’의 제스 데이는 남자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은 서로 다르기보다는 같은 점이 더 많다고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