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의사의 도움을 받아 부러진 뼈가 붙고, 내과 의사의 처방으로 기침과 고열의 코로나를 이겨내며,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통해 깊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 이 모든 회복의 중심에는 사실 우리 몸 스스로가 가진 위대한 힘, 바로 ‘자연치유력(자생력)’이 있다.
대부분의 병은 결국 우리 몸이 스스로 이겨내야만 하며, 의사의 역할은 그 치유의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거나 길어지지 않도록, 혹은 몸이 스스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조력자’에 가깝다. (사람이 일생 동안 겪는 질병 중에 의사의 개입 없이는 전혀 나을 수 없는 종류의 질환은 사실 극소수다.) 물론 사람의 기본 건강 상태나 나이, 생활 습관에 따라 이 자연치유력에는 개인차가 있다. 누구는 최소한의 의학적 도움만으로도 충분히 회복하는가 하면, 누구는 몸이 스스로 이겨낼 힘을 되찾을 때까지 더 길고 적극적인 의학적 개입이 필요할 뿐이다.
치료는 거들 뿐, 양생이 핵심이다
한의학은 이러한 자연치유력을 돕고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질병이 생겼을 때 사용하는 침, 뜸, 부항, 한약과 같은 치료법들은 막힌 기혈(氣血)의 고속도로를 뚫어주고(침), 정체된 곳에 온기를 불어넣어 순환을 촉진하며(뜸), 부족해진 영양 물질(음혈)을 공급하여(한약) 내 몸의 치유 시스템이 최적의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돕는 ‘적극적인 개입’이다.
한의학의 진정한 지혜는 질병이 생기기 전에, 평소의 자연치유력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섭생(攝生)’과 ‘양생(養生)’이라 불리는 생활 관리법이며, 병이 오기 전에 미리 다스린다는 ‘치미병(治未病)’ 사상의 핵심이다. 이번에는 내 몸 안의 자연치유력을 극대화하는 구체적인 생활 속 지혜에 대해 알아보자.
섭생(攝生): 먹는 법이 약이다
‘무엇을 먹는가’ 만큼 중요한 것이 ‘어떻게, 언제, 얼마나 먹는가’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급하게 먹거나 불규칙하게 먹으면 오히려 비위(脾胃)에 부담을 주어 독이 된다. 이전 칼럼에서 다루었듯, 신진대사가 활발한 성장기에는 4~6끼, 성인은 3끼, 대사가 느려지는 노년에는 2끼처럼 내 몸의 나이에 맞춰 식사 횟수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여름에는 수박처럼 열을 식히는 음식을, 건조한 가을에는 배나 무처럼 폐를 촉촉하게 하는 음식을 먹는 등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섭생의 기본이다.
수면(睡眠): 최고의 보약이자 해독제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낮 동안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고 면역 체계를 재정비하는 가장 중요한 치유의 시간이다. 특히 한의학의 시간 이론인 ‘자오유주(子午流注)’에 따르면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인체의 해독 공장인 간(肝)과 담(膽)의 기능이 가장 왕성해지는 때다. 이 시간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하면 해독 기능이 저하되어 몸에 독소가 쌓이고, 만성 피로와 감정 기복의 원인이 된다. 해서 잠들기 한 시간 전에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멀리하고, 침실을 어둡고 서늘하게 유지하여 질 좋은 수면 환경을 만드는 것이 때로는 어떤 보약보다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조신(調身)과 조심(調心): 몸과 마음의 균형
여기서 몸을 조절하는 ‘조신’은 과격한 운동이 아닌, 부드럽고 꾸준한 움직임을 의미한다. 햇볕을 쬐며 20분 정도 산책하는 것은 비타민D 합성은 물론, 우울감을 개선하고 기혈 순환을 촉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하루 종일 앉아있는 직장인이라면 한 시간에 한 번씩 목과 어깨를 스트레칭하여 기운이 뭉치는 ‘기체(氣滯)’를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조심’, 즉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자연치유력 유지의 필수 조건이다. (한의학에서는 과도한 감정이 장부를 손상시킨다고 본다.) 지나친 분노는 간을, 깊은 슬픔은 폐를, 끝없는 걱정은 비위를 상하게 한다. 하루 10분 정도의 명상이나 복식호흡은 과항진된 교감신경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즐거운 취미 활동으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것 역시 자연치유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최고의 투자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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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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