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로이터]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말 그대로 '폭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교역국에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묻지마 매수' 흐름이 나타났다. 상호관세 유예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누그러지는 한편 트럼프도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게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9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 마감 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962.86포인트(7.87%) 튀어 오른 40,608.45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74.13포인트(9.52%) 폭등한 5,456.90, 나스닥종합지수는 1,857.06포인트(12.16%) 폭등한 17,124.97에 장을 마쳤다.
트럼프가 자신이 무너뜨렸던 증시를 자기 손으로 일으켜 세운 하루였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교역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본 관세 10%는 유지하되 상호관세는 유예하는 것으로 국가별 적정 관세를 협상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트럼프는 밝혔다. 대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선 관세를 125%로 올리며 압박 강도를 더욱 높였다.
중국에 대한 관세를 더 높인 만큼 중국이 재보복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세계 1위와 2위 경제 대국인 두 나라의 무역전쟁이 격해지면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증시 투자자들은 일단 상호관세가 유예된 점에 환호했다. 미·중 무역전쟁 우려보단 상호관세 협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진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위험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시장의 반응을 무시한 채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가 부양·국채금리 하락·강달러'를 기치로 내걸었는데 최근 시장의 반응은 미국 주요 자산의 '트리플 약세'였다. 시장이 모두 무차별 관세에 항의 신호를 보낸 만큼 트럼프도 계속 외면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벨란데라에너지파트너스의 매니시 라지 디렉터는 "트럼프가 90일 관세 유예에 나선 것은 트럼프조차 '시장 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확신을 시장에 심어줬다'며 "트럼프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에 모든 것을 걸고 위험을 감수할 의향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지금은 매수하기 딱 좋은 시점(THIS IS A GREAT TIME TO BUY)"이라고 게시글을 올렸다.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앞두고 '힌트'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랠리는 여러모로 '역대급'이었다. 나스닥지수는 2001년 1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크게 올랐고, 역대 두 번째로 큰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2020년 3월 이후 하루 최대, S&P500 지수는 2008년 이후 하루 최대의 상승 기록을 각각 수립했다.
모든 업종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기술이 14.15%로 최대 상승폭을 그렸다. 필수소비재가 11.36%로 뒤따랐으며 통신서비스도 10%에 육박했다.
시가총액 상위권을 형성하는 거대 기술기업은 모두 급등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됐던 애플은 15.33% 급등하며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10.13% 뛰었고 엔비디아는 18.72% 급등했다.
애플과 함께 관세로 예상 피해가 큰 테슬라도 22.69% 튀어 올랐다.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기업 위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9% 가까이 폭등했다.
브로드컴이 18% 넘게 올랐고 AMD는 24% 급등했다. Arm도 24.20% 상승했으며 ASML과 퀄컴도 15%대 상승률로 달달한 하루를 보냈다.
이날 진행된 미국 10년물 국채 입찰 결과도 상당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채권시장에 다소 안도감을 줬다.
미국 재무부는 390억달러 규모 10년물 국채의 발행 수익률이 4.435%로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입찰 때의 4.310%에 비해 12.5bp 높은 수준이다.
해외투자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낙찰률은 87.9%로 전달에 비해 20.5%포인트 급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0년물 입찰 결과에 대해서는 "꽤 괜찮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우려도 남아 있었다.
CFRA리서치의 샘 스토발 수석 투자 전략가는 "이번 관세 유예로 적어도 단기 반등은 가능하지만 바닥을 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번 속으면 남의 탓이지만 다섯 번 속으면 자신의 탓"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선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한 논의가 폭넓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이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일부 참가자는 성장 및 고용 전망이 나빠지면서 인플레이션이 더욱 지속될 경우 연준은 "어려운 상충관계(difficult tradeoffs)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닐 카시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관세로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기침체와 실업률 증가 가능성에도 금리 인하의 기준은 더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영향 관련 "성장률은 추세를 상당히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른바 '트럼프 풋'에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관측이 다시 힘을 얻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6월 말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30.7%까지 뛰었다. 전날 마감 무렵의 0%에서 급등했다. 반면 50bp 인하 확률은 45.5%에서 10.9%까지 내려앉았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13.46포인트(25.72%) 떨어진 38.87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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