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아치듯 인력·예산 곳곳 칼질… ‘맨해튼 프로젝트급 폭풍’ 비유도
▶ 트럼프 “엄청난 사기·낭비 발견” 재무 “지금까지 72조원 절감”
▶ 법원서 일부 제동도…비판 목소리에 머스크 “매일 항문검사 받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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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이터]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그를 제외하고 2기 행정부에서 한 달간 가장 화제를 몰고 다닌 주인공은 일론 머스크와 정부효율부(DOGE)였다.
연방 정부 지출의 대대적인 삭감 임무를 맡은 DOGE는 불과 한 달 사이 다수의 정부 기관을 돌면서 조직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정리해고 칼바람을 일으켰다.
이에 트럼프 지지 진영에서는 정부 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효율화하고 예산을 성공적으로 절감하고 있다는 찬사가 나왔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DOGE가 지나친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자리를 잃게 된 공무원들을 비롯해 반대 진영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 DOGE, 정부 곳곳에 칼날…USAID 등 폐지·축소 추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후 일주일 뒤 머스크를 DOGE 수장으로 공식 발표하면서 머스크가 연방정부의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와 낭비성 지출을 줄이며, 연방 기관들을 구조조정할 길을 닦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DOGE가 "'세이브 아메리카'(Save America·미국 구하기) 운동의 핵심"이라면서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인류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진행한 비밀 계획의 명칭으로, 전쟁의 판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머스크와 DOGE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유될 만한 폭풍을 일으켰다.
DOGE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나 머스크가 그동안 싫어하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온 정부 조직과 정책에 가차 없이 칼을 들이댔다.
DOGE는 가장 먼저 미국의 해외 원조와 개발 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를 타깃으로 삼아 이 기관의 전체 1만명 인력 중 대부분의 해고를 주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DOGE가 USAID 내부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 기관을 폐쇄하기로 했으며 일부 기능만 국무부 산하로 통합할 방침이다.
1961년 외국원조법에 따라 설치돼 연간 예산 428억달러(62조4천억원) 규모 기관으로 커졌던 USAID는 6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DOGE가 이 기관의 해체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USAID의 최고 보안 책임자 2명이 기밀 자료를 DOGE 조사팀에 넘기는 것을 거부했다가 정직 처분을 당하는 등 충돌도 있었다.
또 작년 11월 말 머스크가 엑스(X·옛 트위터)에서 폐지돼야 할 기관으로 지목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 기관 직원들은 모든 업무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CFPB 본부 건물도 잠정 폐쇄됐다.
DOGE는 연방 정부의 핵심 부처 중 하나인 재무부의 결제 시스템 접근 권한을 얻어 정부 지출 명세를 샅샅이 훑어보고 있으며, 교육부와 국방부 등에도 손을 뻗쳐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머스크에게 국방부와 교육부를 비롯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면서 "그들(DOGE)은 엄청난 사기, 남용, 낭비를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DOGE 팀이 장악한 인사관리처(OPM)는 지난주 연방기관 근무 기간이 1년 미만인 수습 직원 거의 모두를 해고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수습직원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대상자는 2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 정부 효율화 성공?…머스크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
머스크는 자신과 DOGE의 '활약'이 정부 지출을 대규모로 줄여 납세자들의 돈을 아끼게 해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DOGE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관련 정부 계약을 다수 해지했다고 엑스에 알리면서 "DOGE가 미친(crazy) DEI 계약에서 10억달러 이상을 납세자들에게 절감하게 했다"고 썼다.
그는 또 DOGE의 활동으로 2026 회계연도에 연방 적자를 2조달러에서 1조달러로 줄일 수 있다고 공언한 뒤 "이는 2026년에 인플레이션이 없다는 의미"라며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쓰기도 했다. DOGE가 이런 연방 정부 지출 삭감 목표를 달성한다면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 것이다.
머스크의 지지자들은 환호하며 응원하는 댓글로 화답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역시 지난 1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DOGE가 지금까지 500억달러(약 72조원)로 추정되는 절감 효과를 냈다고 주장했다.
베센트 장관은 DOGE의 초기 활동에 대해 "매우 좋은 시작"이라며 "비용 절감 노력이 결국 국내총생산(GDP)의 몇 퍼센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정부 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연방 지출 추적, 데이터 보안, 결제 처리, 건물 관리 등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미국 정부처럼 거대한 기관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아직 실험적인 단계로, DOGE가 이 기술을 추진한다면 전례 없는 매우 거대한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 머스크 월권·이해충돌 논란 계속
정부 기관을 헤집고 다니는 머스크와 DOGE의 '광폭' 행보는 곳곳에서 충돌과 반발을 낳고 있다.
공무원 노조와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이 이끄는 여러 주(州) 정부는 머스크와 DOGE의 활동이 헌법상 허용된 권한을 넘어선다며 잇달아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는 DOGE가 주도하는 활동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지난 7일 USAID 직원 2천200명을 유급 행정 휴가로 처리하고 해외 파견 직원 대부분을 한 달 내로 소환하려는 정부 계획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또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지난 8일 DOGE 직원들에게 부여된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속 권한을 일시 중단시켰다.
다만 법원의 조치는 임시적이고, 상급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머스크와 DOGE에 반대하는 시위도 미 곳곳에서 연일 열리고 있다.
특히 지난 15일에는 뉴욕과 시애틀, 캔자스시티, 캘리포니아의 여러 도시에 있는 테슬라 전시장 앞에서 머스크와 DOGE에 항의하는 시위가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오리건주와 콜로라도주에 있는 테슬라 전시장에서는 방화 또는 방화 시도도 있었다.
미 언론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여러 회사를 경영 중인 머스크가 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고 끊임없이 지적해 왔다.
이에 대해 머스크는 지난 11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DOGE의 활동이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으며 대중이 자신의 잠재적인 이해 충돌에 대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면서 "매일 항문 검사를 받는 것과 같다"고 농담조로 비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머스크와 함께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나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머스크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머스크는 "나는 대통령에게 아무것도 요청한 것이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동안 논란이 있을 때마다 머스크를 옹호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이 사람(머스크)은 아주 똑똑하고 훌륭하다. 과학적 상상력도 뛰어나다"고 치켜세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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