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방전 대신 정책에 집중
▶ 불법이민·국경 문제 ‘설전’
▶ 주요언론 “예의·배려 보여”
▶ 내용면서 밴스 손 들어줘
▶ 양측 캠프 “우리가 이겼다”
지난 1일 J.D. 밴스 연방상원의원 부부(왼쪽)와 팀 월즈 미네소타주 주지사 부부가 부통령 후보 TV 토론 후 서로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
“카멀라 해리스의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우리는 찾아내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가장 크게 만든 인물입니다.”
지난 1일 CBS 주관으로 열린 민주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 J.D. 밴스 연방상원의원(오하이오) 간의 부통령 후보 TV 토론은 당초 비방 일색의 ‘난타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예상과 달리 치열한 정책 대결로 마무리됐다. 두 후보는 각각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석 변호인’이라도 된 것처럼 자신의 러닝메이트를 부각하고 상대방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데 화력을 모았다.
유권자의 관심이 높은 경제 분야에서 월즈는 ‘트럼프노믹스’를 대표하는 감세 정책이 부자만을 위한 것이며 국가 재정을 크게 악화시켰다고 비난했다. 월즈는 “교사, 간호사, 트럭 운전사 등에게 묻는다. 트럼프는 지난 15년간 연방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 그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하며 부자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밴스는 “트럼프 1기의 감세가 미국의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만들어냈다”고 치켜세웠다. 또 해리스의 성과에 대해서는 “그가 실제로 한 일은 식품 가격을 25% 오르게 하고 주택 가격을 60% 인상했으며 미국 남부 국경을 개방해 중산층이 삶을 감당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불법 이민과 남부 국경 문제에서는 중간에 사회자가 마이크를 끊을 정도로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월즈는 밴스가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반려동물을 몰래 잡아가 먹었다’는 주장을 했던 것을 언급하며 “다른 인간을 비인간화하고 악마화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밴스는 그러나 “해리스의 이민 정책으로 펜타닐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미국으로 들어왔다”며 “트럼프의 국경 정책을 재시행하고 국경 장벽을 건설하며 (불법 이민자) 추방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벌어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도 화두가 됐다. 두 후보는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모두 즉답을 피했으나 각각 자신의 러닝메이트가 미국의 ‘총사령관’으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월즈는 트럼프가 이란과의 핵합의를 깬 것을 거론하면서 “그의 변덕스러운 리더십 때문에 이란은 전보다 핵무기에 가까워졌다”고 비판했다. 밴스는 그러나 “힘을 통한 평화가 결국 망가진 세계가 안정을 되찾는 방법”이라며 “트럼프는 이미 한번 그렇게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는 이날 토론 대부분의 시간에서 철저히 ‘2인자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적극 해명했다. 월즈는 중국의 톈안먼 민주화운동 당시 홍콩에 있었다는 자신의 언급이 거짓이라는 논란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잘못 말했다. 나는 때때로 멍청이”라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부통령 후보 토론을 두고 “인신공격보다는 정책에 초점을 맞췄으며 서로에게 예의를 지켰다”며 “오랜만에 본 정상적인 토론”이라는 진단을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서부의 건강한 면모를 지닌 정책적 대결이었다”라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경의를 표한 후 지속적이고 날카로운 공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두 중서부 남성 간의 실질적이고 대체로 예의 바른 토론이었다”고 평가했다.
CNN은 “현대 미국 정치에서 보기 드문 정상적인 토론이었다”며 “두 후보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 대신 정책 차별성에 집중했으며 때때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토론 내용 면에서는 밴스가 더 잘했다는 평이 우세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밴스가 자신감 있고 명확하게 말한 반면 월즈는 (토론 중)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밴스의 손을 들어줬다. CNN의 기자 제프 젤레니는 “밴스가 강력한 성과를 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했다.
토론이 끝난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월즈가 부통령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카멀라 해리스 대선캠프도 성명에서 “경제, 의료, 외교 정책, 여성 생식권, 총기 폭력 등 모든 이슈에서 월즈가 승리했다”고 자평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는 “잘했어 JD,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거야”라며 “JD가 압승했다. 월즈는 해리스처럼 IQ가 낮은 재앙이었다”며 또다시 인신공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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