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만난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이 대동맥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제공]
인터뷰 당일인 지난 8일 오후, 송석원 이대대동맥혈관병원장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새벽 3시까지 응급 수술을 한 데 이어, 오전에도 수술 3건을 마친 참이었다. 쉴 새 없이 수술하는 하루하루가 모여 이대대동맥혈관병원은 지난해 연간 대동맥 수술 1,200례를 달성했다. 세계 최대 수준이다. 그가 다루는 대동맥 질환은 전조증상 없이 갑자기 발생해 단 몇 시간 만에 생명을 앗아가 ‘몸속의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송 병원장은 “급성 대동맥 박리는 1시간마다 사망률이 1%씩 높아지는 초응급 질환”이라며“혈압이 치솟는 겨울철에는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일 평균 3.3건의 수술을 집도한 ‘대동맥 지킴이’ 송 병원장에게 생소하지만 치명적인 대동맥 질환에 대해 물었다.
-대동맥 박리나 파열을 전조증상이 없나요.“그게 대동맥 질환의 가장 무서운 점이죠. 예고 없이 터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며칠 전 새벽에 수술한 70대 환자분도 평소 혈압약 복용하는 것 외에는 아주 건강하셨던 분이에요. 1월 초에 통증이 한 번 있었는데 약 먹고 가라앉으니까 병원을 안 갔다가, 결국 흉통이 재발해서 실려 왔어요. 찍어보니 박리더라고요. 대동맥 박리는 혈관 벽이 갑자기 찢어지는 거고, 파열은 풍선처럼 부풀어 있던 게 터지는 건데, 둘 다 발생 직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어요.”
-대동맥 질환 통증의 특징적인 부분은 무엇입니까.“환자분들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른데, ‘칼로 베이는 것 같다’, ‘태어나서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하나 특징은 ‘이동하는 통증’이라는 거예요. 위쪽 대동맥이 찢어지면 가슴 통증으로 시작해서 등, 배 쪽으로 통증이 내려가요. 반대로 아래쪽에서 찢어지면 배가 아프다가 등으로 올라오기도 하고요. 문제는 이게 심근경색이랑 헷갈리기 쉽다는 거예요. 대동맥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다보니, 병원 응급실에서도 심근경색인 줄 알고 스텐트 시술부터 하려다가 뒤늦게 대동맥 질환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겨울철에 환자가 급증한다고 들었습니다.“대동맥 질환은 계절을 많이 타요. 11월부터 1월 사이에 환자가 확 늘거든요. 추우면 혈관이 수축하니까 혈압이 오를 수밖에 없잖아요. 특히 하루 중에서도 새벽이나 아침 기상 직후에 혈압이 제일 높은데, 이때 찬바람을 쐬거나 갑자기 활동을 하면 위험하죠. 젊은 사람들은 괜찮지만, 나이 드신 분들은 혈관 탄력이 떨어져서 이런 변화를 잘 못 견디거든요. 그래서 겨울철 새벽 운동이나 갑작스러운 외출, 또 탕 속에 있다가 갑자기 나오는 사우나 같은 건 조심해야 합니다. 집에서도 난방비 아낀다고 너무 춥게 지내다가 변을 당하는 어르신도 있어 실내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응급실에 가기 전까지 해야 할 조치는 어떤 게 있을까요.“현장에서 보호자분들이 해줄 수 있는 응급처치는 거의 없어요. 대신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있어요. 바로 배에 힘주는 거예요. 복부 대동맥류가 터지면 배가 엄청나게 아픈데, 이걸 변비나 배탈로 착각해 화장실 가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근데 변기에 앉아서 힘을 딱 주면, 복압이랑 혈압이 치솟으면서 그 자리에서 혈관이 더 터져버려요. 실제로 화장실에서 힘을 주다 혈관이 터져 의식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르신들이 갑자기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하면 화장실이 아니라 바로 응급실로 모셔야 해요.”
-골든타임은 어떻게 되나요.
“급성 대동맥 박리는 발생하고 나서 1시간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1%씩 올라간다고 보면 돼요. 48시간, 즉 이틀이 지나면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사망하죠. 파열은 더 급박해서 한두 시간 내에 해결 안 되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요. 이송 중에도 혈압 관리가 생명이에요. 환자의 혈압이 50~60mmHg 정도로 낮으니까 승압제를 써서 혈압을 올려놓으려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럼 지혈됐던 혈관이 다시 터져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병원으로 올 때는 혈압을 70mmHg 정도로 아주 낮게 유지해달라고 말씀을 드려요.”
-요즘은 30~40대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면서요.“옛날에는 노인성 질환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젊은 층에 발생하는 건 스트레스와 음주, 흡연, 방치된 고혈압이 원인인 경우가 많고요. 또 하나 중요한 게 유전이에요. 키가 크고 손가락이 유난히 긴 ‘마르판 증후군’처럼 선천적으로 대동맥이 약한 분들이 있거든요. 겉보기엔 티가 안 나는 경우도 많아서 본인은 정작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죠. 혹시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돌연사했거나 대동맥 질환 앓은 분이 있다면, 꼭 유전자 검사를 한번 받아보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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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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