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년간 베네수엘라 장악, 분배 중심 경제정책 기틀…유가상승 속 한때 호황도
▶ 마두로, 反美 강화·반대파 탄압…트럼프 ‘한방’에 권좌에서 몰락 수순
![[美 베네수 공격] 버스기사 출신 독재자… ‘차비스모’ 마두로의 몰락 [美 베네수 공격] 버스기사 출신 독재자… ‘차비스모’ 마두로의 몰락](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6/01/03/20260103094006691.jpg)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로이터]
한때 라틴아메리카를 넘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았던 베네수엘라 좌파 통치 역사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밤중 공격 한 방에 대단원의 막을 내릴 상황에 놓였다.
지난 27년간 흥망성쇠를 겪으며 천당에서 지옥으로 곤두박질치는 격랑의 역사를 겪은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63) 대통령은 부정 선거 논란과 극심한 경제난 속에 정권 연장을 이어오다 최악의 방식으로 권좌에서 물러날 처지에 내몰렸다.
◇ 차베스 집권, '21세기 사회주의' 주창
베네수엘라 좌파 집권사는 '차비스모'(Chavismo)라는 용어로 정리된다. 대체로 민족주의적 사회주의 포퓰리즘 이념을 아우르는 이 단어는 베네수엘라 정계 거물이었던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나왔다.
1992년 군사 봉기를 일으켰다 실패한 뒤 옥고를 치른 차베스는 1998년 12월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며 이듬해 2월 취임했다.
곧바로 1999년 12월 제헌의회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6년으로 늘리고 행정부 권한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신헌법 제정을 주도한 그는 2000년 치러진 대선에서 압승했고, 2002년 4월 쿠데타로 잠시 실각했다가 군내 충성파의 지원을 받아 이틀 만에 권좌에 복귀했다.
국민투표를 통해 장기 집권 토대를 마련한 차베스는 2006년과 2012년 대선에서 거푸 승리를 거뒀다. 이 기간에는 자유무역 체제 지양·빈민 구제·직접 민주주의 확대·민족주의 성향 강화 등으로 요약되는 '21세기 사회주의'의 씨앗을 뿌렸다.
차베스 정부는 '반미'(反美)와 21세기 사회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소외계층을 상대로 무상복지를 시행하는 한편 외국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석유 산업을 비롯해 전력·통신 등 주요 인프라를 국유화했다.
특히 2004∼2008년쯤엔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00달러로 급등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호황을 맞았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2009년 베네수엘라 경제 보고서를 보면 2006년 국내총생산(GDP) 상승률은 10.3%까지 찍었다.
차베스 정부는 이 시기 '남아도는 돈'을 산업에 일부 재투자하면서도 막대한 비중을 사회복지 분배 예산에 배정하면서 빈곤율을 62.1%(2003년)에서 31.9%(2011년)까지 떨어뜨리기도 했다.
중남미 주변국과 국제사회는 20세기 중후반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 이름을 올렸던 베네수엘라의 과거 명성을 상기하며 앞다퉈 재평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국제유가 폭락과 함께 베네수엘라 경제도 곤두박질쳤다. 펀더멘털이 약했던 베네수엘라는 새어 나가는 재정 지출 누수를 막을 방법을 찾지 못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베스 대통령까지 암으로 2013년 사망하면서 정세까지 불안정해졌다.
◇ 후계자 마두로, 차베스 정책 승계…인플레 6만%까지 치솟아
차베스의 유고 직전에 부통령이었던 마두로는 2013년 4월 치러진 선거에서 야권 통합후보를 상대로 불과 1.59%포인트 차이 승리를 거두며 '차비스모'를 이어갔다.
마두로는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차베스 집권 14년간 국회의장과 외교장관을 지냈다. 2012년 12월 차베스는 쿠바로 암 투병을 떠나기 전 마두로를 후계자로 공식 지명했다.
차베스 정치적 후광을 십분 활용하던 그는 강력한 생필품 가격 억제와 산업 분야 국가 통제 강화 정책을 이어갔는데, 이는 저유가 직격탄에 더해 경제위기를 부채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가상승률도 연간 6만%(600배)까지 오를 정도로 물가는 고삐 풀린 듯 치솟았고, 식품을 비롯한 생필품과 의약품 부족, 치안 부재 등 국가경제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제·금융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베네수엘라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다.
2014년엔 반정부 시위도 이어졌는데, 당시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40여명이 숨지고 800명 이상 다치는 유혈 사태로 번지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2015년을 전후론 베네수엘라 주민들이 음식과 생활용품 등을 구하려고 쓰레기통과 무덤을 뒤지거나, 집을 버리고 인접국으로 이주하는 모습 등이 언론에서 수시로 보도될 정도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수도 카라카스는 인구 10만 명당 살인사건 발생 건수(119건)가 분쟁 지역을 제외하고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빈곤·탄압·이주…변화 없는 포퓰리즘이 낳은 비극
소득 재분배를 통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축소를 지향하는 좌파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도 본격적으로 감지되기 시작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 뒤인 2015년 12월 치러진 총선에서 야권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서다.
극도의 궁핍함 속에 차비스모를 추종하던 서민층 민심이 집권당을 이탈했다는 분석이 줄을 이었고, 이후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과 의회해산 시도 등 극도의 혼란을 겪었다.
2017년에도 대규모 반정부·친정부 시위가 베네수엘라를 뒤덮으면서 120여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정권의 독재를 견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잇달아 경제 제재를 가했고, 마두로는 '국내 우파 보수세력이 석유 이권을 노린 미국과 결탁했다'는 반미 프레임을 내세워 맞섰다.
마두로는 이어 2018년 야당의 불참 속에 치른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에 반발한 여소야대 국회는 2019년 1월 후안 과이도(42)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세웠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를 지지하면서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2019년 4월 군사 봉기 시도에 실패한 야권은 결속력을 잃기 시작했고, 277석으로 늘어난 2020년 총선에서 여당(253석)에 완패하면서 마두로는 다시 힘을 얻게 됐다. 과이도는 이후 2022년 12월 불명예 퇴진했다.
2020년에는 베네수엘라를 등지는 주민의 규모도 늘어났다. 유엔난민기구와 국제이주기구 등에 따르면 전 세계 베네수엘라 출신 난민과 이주민의 수는 당시 340만 명에 달했다.
이는 올해엔 약 800만명으로까지 불어난 상태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나 별다른 정책 기조 변화 없이 주변국 좌파 정부와의 연대를 통한 원조 외교에 의존했고, 또 다른 자원 부국인 '이웃' 가이아나 영토에 대한 해묵은 영유권 주장을 전면에 들고나오면서 대중 영합주의적 성향을 강화했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는 베네수엘라 감사원과 대법원은 민주 야권 지도자였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8)를 상대로 피선거권을 15년간 박탈하는 결정을 내려 반대파의 반발을 샀다.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베네수엘라 철의 여인' 마차도는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부정 선거 논란 속에 지난해 1월 3번째 6년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의 조준경을 벗어나지 못한 채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받아오다 결국 체포돼 마약 밀매 등 피의자로 미국 법정에 서게 됐다.
다만 '차비스모'에서 보다 민주적인 형태로의 체제 전환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뤄질지에 대한 전망은 안갯속이다. 마두로 측근이 베네수엘라 군부와 검찰 등 공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권 응집력 정도나 국제사회 개입 여부 등에 따라 한동안 혼란스러운 정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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