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좀 빡세게 하고 나면 온몸이 땀투성이가 된다. 과거에 면 티셔츠를 입고 운동하던 시절에는 땀을 흘리면 옷이 젖고 몸에 달라붙어 불편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일이 없다. 드라이 핏 운동복이 땀을 빠르게 방출시켜 운동하는 동안 쾌적한 상태를 유지시켜주기 때문이다. 드라이 핏이 피트니스 패션계를 장악한 후 짐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 가볍고 들러붙지 않고 신축성이 뛰어나며 땀이 금방 날아가는 이 신소재의 운동복을 입고 다닌다.
드라이 핏(dry-fit)은 나이키가 개발한 기술이다. 처음에는 올림픽선수들을 위해 만들었으나 1991년부터 일반운동복에 사용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이후 더 많은 기능과 디자인이 개발되면서 지금은 운동복뿐 아니라 다양한 패션에도 사용되고 있으며, 아예 평상복으로 입고 다니는 ‘애슬레저 룩’의 유행까지 몰고 왔다.
드라이 핏은 폴리에스터 원단의 초극세사 합성섬유로 만든다. 한마디로 ‘플라스틱 옷’이라는 뜻이다. 플라스틱이 들어가면 뭐든지 편리해지는데, 이렇게 편리한 옷을 즐겨 입는 것 역시 두가지 부작용을 감수해야한다. 하나는 미세플라스틱이 피부를 통해 몸에 흡수될 수도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옷을 세탁할 때마다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배출돼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운동복이 아니라도 현재 우리가 입는 옷의 대부분은 폴리에스터, 폴리프로필렌, 나일론, 아크릴, 스판덱스 등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알록달록 색상을 입히기 위해 아조벤젠 분산염료가 사용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유독성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BPA)와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생성된다. 이 물질들은 피부발진을 일으키고 내분비계와 생식기, 신경계, 신진대사, 면역시스템을 교란하며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캘리포니아 주 환경건강단체(CEH)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운동복 브랜드의 스포츠브라, 레깅스, 셔츠, 반바지에서 높은 수준의 BPA가 검출되었다. BPA는 사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플라스틱 제품에 들어있고, 사람들은 주로 식품용기와 포장, 물병에 들어있는 음식과 음료를 통해 이를 섭취한다.
그런데 드라이 핏 스포츠웨어를 입고 땀 흘리며 운동하면 BPA가 피부를 통해 수초에서 수분 만에 혈관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이 흡수되느냐의 정도는 옷이 새것일수록, 타이트할수록, 오랜 시간 입고 있을수록, 피부가 얇고 예민할수록 더 많이 침투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두 번째는 세탁과 건조기 문제다. 합성섬유가 들어간 옷은 세탁할 때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하고, 이것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킨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해마다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섬유 100만 톤 중 35%가 합성섬유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한다. 청바지 한 벌을 세탁할 때 약 5만6,000개의 극세사가 나온다고 하며, 한 사람이 매주 비닐봉지 54개에 해당하는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바다에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건조기는 이보다 더하다. 실험결과 건조기는 세탁기보다 최대 40배의 극세사를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옷들이 회전하면서 섬유들의 마찰로 인해 발생하는 극세사는 천연직물에서도 나오지만 합성섬유의 극세사가 현저히 많고 생분해되지도 않는다.
그럼 어쩌라는 말인가? 환경운동가들은 새 옷을 자주 사기보다는 입던 옷을 오래 입고, 타이트하기보다 헐렁한 운동복이 좋으며, 운동 후엔 즉각 갈아입음으로써 착용시간을 줄여야 BPA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속옷 양말 등 작은 것은 샤워할 때 손빨래하고, 세탁기는 빨래 양을 가득 채워 돌리는 횟수를 줄이며, 물 온도는 낮게, 말릴 때는 건조대와 빨랫줄에 널면 섬유의 마모도 막고 미세플라스틱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이외에도 우리 몸에 밀착되는 개인위생용품 중에 정말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두꺼운 피부보다 얇고 예민한 피부에 더 많이 쉽게 스며든다. 우리 몸에서 가장 예민한 곳은 사타구니, 겨드랑이, 젖가슴이고, 아기와 노인들의 피부는 더 약하다. 그런데 여기에 사용하는 속옷, 생리대, 일회용기저귀 모두가 플라스틱과 셀룰로즈 소재로 만든 것이다. 과거에 천을 사용하던 것이 모두 플라스틱으로 대체됐으니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이고 환경쓰레기가 얼마나 늘었을까?
한 연구에 의하면 1957년만 해도 92%의 아기들이 18개월에 배변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50년후 그 숫자는 4%로 떨어졌고, 파티 트레이닝을 시작하는 시기는 평균 24개월이 되었다. 왜일까? 일회용기저귀가 나오면서 부모들은 세탁의 부담이 크게 줄었고, 기업들은 빠른 배변훈련이 아기에게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는 메시지의 광고를 계속 내보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미국에서만 한해에 180억개의 기저귀가 버려지고 있다.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써도 써도 끝이 없다. 도대체 뭘 먹고 뭘 입고 살아야할지 한숨이 나온다, 그나저나 일주일에 두 번씩 챙겨 입는 레깅스와 티셔츠가 갑자기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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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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