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동료들이 살해 후 은폐, 누명 씌웠다” 주장으로 기소 반박
▶ 주민들 경찰 불신…법조계 “백인 여성, 보석금 내고 풀려나 유리한 재판”

18일 무죄 평결 듣고 눈물 흘리는 캐런 리드[로이터]
수년간 미국에서 관심을 끈 '보스턴 경찰관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캐런 리드(45)가 재심 끝에 배심원단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AP통신과 CNN 방송 등은 18일 리드가 남자친구였던 보스턴 경찰관 존 오키프(사망 당시 46세)를 살해한 용의자로 기소된 사건의 형사 재판에서 2급 살인 혐의에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리드는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돼 1년간의 보호관찰 명령을 받았다.
2022년 1월 29일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약 3년 5개월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CNN 등 미 언론이 법원 문서 등을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건의 희생자인 오키프와 그가 2년간 교제한 여자친구 리드는 사건 전날 밤 보스턴의 바를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에 리드의 차를 타고 보스턴 경찰관 동료 브라이언 앨버트의 집이 있는 교외 캔턴 지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약 6시간 뒤 오키프의 시신이 앨버트의 집 앞마당에서 눈으로 뒤덮인 채 발견됐다.
검시관은 오키프가 다발성 두개골 골절을 입었고 두 눈이 검게 부어오른 상태였으며, 오른쪽 팔에 여러 개의 찰과상이, 코와 입 주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고 전했다. 또 부검 결과 저체온증이 사망에 기여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술에 만취한 채 차를 운전한 리드가 오키프를 내려주고 후진해 돌아가는 과정에서 오키프를 치었고, 그를 방치한 채 현장을 떠나 숨지게 했다고 결론 내리고 리드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리드가 그날 최소 9잔의 술을 마셨으며 그의 SUV 차량 후미등이 깨져 있다는 점 등을 증거로 들었다. 현장에서는 깨진 후미등과 비슷한 파편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리드는 10만달러(약 1억4천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뒤 검찰의 기소 내용을 반박하며 적극적인 여론전을 벌였다.
리드의 변호인단은 사건 현장의 집주인인 앨버트와 동료 경찰관들이 말다툼 끝에 오키프를 살해하고 그를 눈 속에 방치한 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주장을 펼쳤다.
경찰·검찰과 리드 측의 상반된 주장으로 이 사건을 둘러싼 지역 여론은 극명하게 양분됐고, 리드의 편에 선 한 블로거가 온라인에 리드 측의 주장과 함께 경찰을 비난하는 내용을 계속해서 올리면서 이 사건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재판에서 제출된 증거와 진술도 엇갈렸다.
집주인인 앨버트 부부는 그날 밤 오키프와 리드를 한 바에서 우연히 만나 이들을 그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집으로 초대했지만, 이들이 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검찰 역시 당일 앨버트의 집에 있던 11명을 조사한 결과, 단 한 사람도 오키프가 집 안에 있는 것이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는 점을 들어 리드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사건 당일 리드의 전화를 받고 함께 오키프를 찾아 나선 친구 2명 중 1명인 제니퍼 매케이브는 리드가 당시 "내가 그를 치었을 수도 있을까? 내가 그를 치었을까?"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리드 측은 매케이브가 앨버트와 인척 관계라는 점을 들어 이 증언의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공방이 지속되면서 리드를 지지하고 그의 무죄 평결을 촉구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이 지역에서 자란 주민이자 전직 공무원인 숀 맥도너는 주민들 사이에 경찰에 대한 깊은 불신이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면서 "이 마을 위에 드리워진 매우 큰 구름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지난해 4∼6월 열린 첫 재판에서는 배심원단이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해 재판이 무효(미결정 심리)로 선고됐다.
이어 약 1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재심에서 결국 리드는 살인 혐의를 벗게 됐다.
이날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법원 밖에 모인 리드의 지지자 수백명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법조계에서는 리드가 백인 여성인 데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어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은 점이 평결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보스턴대 로스쿨 강사 시라 다이너는 "이번 평결은 캐런 리드가 특권을 지닌 백인 여성이 아니었다면 이 사건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돌아볼 기회를 준다"며 "이 사건의 피고인이 보석금을 내고 재판 중 구금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은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과 달리 변호사들과 직접 협력할 수 있었고, (언론 등과) 인터뷰하며, 그럴 수단이 없는 사람은 할 수 없는 공개적인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었다"며 "이는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된 대부분의 사람이 갖지 못하는 특권"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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