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증권·운용사 전문가 6인 대담
▶ 새 정부 정책·하반기 투자 전략 논의
▶ 주주환원 정책에 눌렸던 주가 정상화
▶ 하반기 조선·방산 끌고 지주가 밀것
AI·에너지 등 정부 정책 눈여겨 봐야
연금투자 커버드콜·고배당ETF 추천
미 증시 주목할 섹터에 ‘원전’ 한목소리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7일 만에 첫 외부 일정으로 한국거래소를 찾은 것은 분명 파격적인 행보다. 주식을 부동산 버금가는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읽었다는 듯 외국인 투자 자금이 몰려오면서 코스피지수는 2700(6월 4일), 2800(5일)에 이어 2900(11일)까지 단숨에 뚫어냈다. 마냥 오를 줄만 알았던 미국 증시가 주춤하는 사이 영원히 박스권에 갇혀 있을 것 같던 한국 증시의 반등을 지켜보는 투자자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지금이라도 한국 주식을 사야 할지, 산다면 어떤 업종이나 종목을 골라야 할지, 이미 투자해놓은 미국 주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 좀처럼 결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후를 대비하려면 연금 계좌 투자도 신경 써야 하고, 새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여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숨 가쁜 시장 흐름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 눌렸던 주가가 정상화되는 과정최근 한국 증시에 대해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금 본부장이다. 금 본부장은 “코스피지수가 수년째 눌려 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오른 건 얼마 되지도 않는다”며 “주주 환원 정책이 점차 강화되면 코스피 3000, 4000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는 건 30년 동안 지속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잘 잡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참석자들도 금 본부장 의견에 동의하면서 선결 조건을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포모(FOMO·소외 공포증)가 언급될 정도로 단기 급등한 것은 다소 우려스럽지만 긴 호흡에서 보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는 세제 혜택 등을 보완하면 코스피 4000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임 본부장 역시 “지난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 증액이 부결됐는데 이를 다시 추진해 수급까지 받쳐준다면 고점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한국 증시 비중 확대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주도 섹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조선·방산·원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자력규제위원회 전면 개편 행정명령, 북대서양조약 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심 방위비 지출 증가 등을 비춰볼 때 향후 5년에서 10년까지 장기 지속될 흐름이라고 봤다. 무엇보다 디스플레이·철강·2차전지 등과 달리 중국과 경쟁하지 않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다소 고평가 우려가 있더라도 비중을 줄일 때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허 팀장은 “한국 주요 조선·방산 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성장주 평균치인 20배를 넘기 시작했기 때문에 PER 중심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간은 지나가고 있다”며 “다만 한국에서는 해당 산업 이외에 성장 산업이 많지 않은 만큼 여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에너지 전환 등 새 정부 정책도 주목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공약대로 AI 대전환을 국가 전략 과제로 삼고 생태계 전반에 다층적으로 접근한다면 AI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인프라, 로봇 등 관련 산업에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정책 수혜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연준 금리 인하 전까진 지켜봐야
반면 서학개미들의 관심이 큰 미국 증시에 대해서는 위험 회피 차원에서 다른 국가 자산도 편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협상 불확실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미국 국채의 신뢰 하락 등 각종 요인이 작용 중인 만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 기술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자산을 모두 처분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금 본부장도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달러화 가치를 감안하면 통화 가치가 강하면서 대중 제재 수혜가 예상되는 일본이나 증시 재평가가 이뤄지는 한국에 대한 비중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미국 증시 하락은 단기적인 현상이고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기 때문에 성급하게 떠나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냈다.
마찬가지로 남 본부장은 “미국 자산을 전면 회피하기보다는 지역 분산과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중을 일부 조정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대형 기술주를 핵심 자산으로 유지하면서 중국 테크주나 한국 주주가치 관련 주식을 일부 편입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미국 증시에서 주목해야 할 섹터로는 한목소리로 원전을 꼽았다. AI 전력수요 급증, 공급망 안정성 확보, 탈탄소 흐름 등을 종합하면 소형모듈원전(SMR) 중심으로 성장세가 분명하다는 얘기다. 육 본부장은 “초기 투자 구간인 소형 원자로뿐만 아니라 대형 원자로의 설비 등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언급했다.
■ 은퇴 이후 현금 흐름에 관심 둬야…세금 역차별 해소도 요구그렇다면 연금 투자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배당 수익과 절세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법으로 비과세 대상인 커버드콜 ETF를 언급했다.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을 매수하는 동시에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매도해 마련한 재원으로 월 배당 등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소비자 경보 발령 이후 잠시 주춤했으나 올해 들어 개인 순매수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은퇴 이후 꾸준한 현금 흐름 확보를 위한 배당 수익 확대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는 증시 활성화 정책 등으로 한국 배당주 ETF 투자도 유효한 시점이다. 주의해야 할 포인트는 일반 계좌가 아닌 연금 계좌를 통해 한국 ETF를 투자할 때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육 본부장은 “일반 계좌에서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을 향후 연금 소득세(3.3~5.5%)로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한계 등으로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한국 주식 투자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 퇴직연금 적립금 400조 원 가운데 한국 주식 투자 비중은 1.6% 미만으로 추정된다. 임 본부장도 “연금 계좌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해야 투자자 수익 제고와 한국 증시 수급 개선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은퇴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투자자라면 현금 흐름보다는 자산 증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남 본부장은 “20대부터 40대까지는 고배당에 단순 집중하기보다 AI·자율주행·로봇 등 혁신 기업의 장기 성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ETF 200조 시대 “이제 시작일 뿐”주요 자산운용사 본부장들이 어렵게 한자리에 모인 만큼 국민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ETF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ETF 시장 규모는 이달 4일을 기점으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2002년 첫 상품이 나오고 21년 만인 2023년이 돼서야 100조 원을 넘었는데 이후 불과 2년 만에 두 배가 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일본(821조 원), 대만(270조 원) 등 주요국 ETF 시장 규모를 비춰볼 때 성장 여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금 본부장은 “ETF 시장이 2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연금 계좌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인데 이는 개인투자자들이 ETF를 장기 자산 증식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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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조지원·정유민·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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