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
▶ 향수 등 뷰티 제품에 포함된 ‘프탈레이트’
▶ 인슐린저항성·심혈관 질환·신경발달 손상
▶ 악영향 유전 가능…“노출 줄여야”경고
“향수를 좋아하는데, 향수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인가?” 이같은 질문에 대해 하버드 의대 강사로 워싱턴포스트에‘의사에게 물어보세요’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트리샤 파스리차 전문의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향수를 한 번 뿌리는 것은 미세플라스틱, 대기오염, PFAS 등 환경의 다른 오염물질과 비교했을 때 아주 적은 화학물질 노출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임상전문의들은 개인 관리 제품에 널리 사용되는 화학물질, 즉 프탈레이트(phthalates)에 대해 점점 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탈레이트는 인기 있는 향수, 매니큐어, 헤어케어 제품에 포함되어 있으며, 인슐린 저항성, 심혈관 질환, 신경 발달 손상 등 여러 건강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미 의학협회 학술저널 JAMA Network Open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개인 관리 제품에서 유래한 프탈레이트의 소변 농도가 높을수록 청소년의 과잉행동 문제가 25% 증가할 위험과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다.
같은 연구 집단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프탈레이트 노출 증가가 수학 성적 저하와도 연관이 있음을 밝혔다.
어린 시절 프탈레이트 노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국에서는 특정 유형의 프탈레이트가 어린이 장난감, 공갈젖꼭지 및 젖병과 같은 물품에 사용되는 것이 금지되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약리학 및 독성학 교수이자 내분비계 교란 화학물질의 영향을 연구하는 실험실을 운영하는 안드레아 고어 교수는 이 화학물질의 위험성이 충분히 명백하다고 말하며, 특히 가정을 꾸리려는 부모와 어린 자녀를 둔 사람들이 노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어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향수를 비롯한 향이 첨가된 로션, 샴푸, 심지어 향이 나는 세제와 데오도란트 등 모든 제품에서 인공향을 피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내분비계 교란 화학물질이란
우리의 내분비계는 갑상선, 뇌하수체 등을 포함한 여러 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샘은 성장부터 생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호르몬을 생성하고 조절한다. 내분비계 교란 화학물질(EDC)은 일상적인 제품에 포함되어 있으며, 우리 몸의 호르몬을 흉내 내거나 방해할 수 있다.
내분비학회(Endocrine Society)에 따르면,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어쩌면 그 이상)이 내분비 교란 물질일 수 있다.
PFAS는 잘 알려진 내분비 교란 물질 그룹 중 하나이며, 프탈레이트와 파라벤 같은 물질은 비누, 샴푸, 화장품 등에서 더 흔히 발견된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은 다양한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프탈레이트는 우리의 음식에도 들어 있다.
개인 관리 제품을 EDC가 없는 제품으로 바꾸는 것은 단기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여성 4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프탈레이트와 파라벤이 없는 제품으로 28일 동안 전환한 후 이 화학물질의 소변 농도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유방 조직에서 암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출을 줄이는 방법
먼저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변화를 시도해보라. 루이빌대학교 의료센터의 내분비학자 레베카 준 박사는 “내분비 교란 물질의 모든 잠재적 출처를 고려하는 것은 솔직히 압도적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 본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자원에 맞는 지속 가능한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모든 뷰티 제품을 교체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통조림과 초가공 식품 섭취를 줄이고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담아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것을 피하는 등 다른 방법을 고려하라고 레베카 준 박사는 조언했다.
그리고 가능하면 프탈레이트가 없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향이 없는 제품을 선택하기 어렵다면, 제품 웹사이트에서 프탈레이트와 파라벤이 없는지 확인하거나 포장지의 설명을 확인해보라. 그러나 성분 목록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일부 제품은 성분 목록에 단순히 ‘향(fragrance)’이라고만 표시하는데, 이는 명시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프탈레이트를 숨길 수 있다. 그리고 스킨케어에 관심이 많은 십대가 있다면, 더 안전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대화를 나눠 보라. 뉴욕대학교 그로스먼 의과대학 소아과의 캐롤 두-리옹 교수는 “뷰티나 스킨케어 제품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자기 관리를 실천하는 것을 칭찬하면서 부드럽고 안전한 세안제, 오일 및 향이 없는 보습제, 그리고 자외선 차단제를 선택해 일상적인 웰니스 루틴에 포함하도록 도와주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알아야 할 것
의사로서 우리는 때로 건강 관리를 위한 전투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내분비 교란 물질에 대한 노출이 개인의 정자나 난자에 미치는 영향을 발견하면서 심각한 우려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은 유전되어 미래 세대에 전달될 수 있는 변화를 초래한다.
고어 교수는 “화학물질이 다세대에 걸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가장 설득력 있는 예다. 한 번 시장에 도입된 화학물질이 나중에 철회된다고 해도 너무 늦다. 유전 가능성의 사이클은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라며 “아무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다음 세대가 병에 걸릴 운명을 가지길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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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isha Pasri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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