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 “美 FTC 위원장에 3월말 전화…트럼프가 지지 확신찬 태도”
▶ 전날 이어 재판 둘째날 증언 “인스타, 카메라앱 더 좋아 인수”
▶ FTC 공개 당시 이메일 내용 반박…2018년엔 인스타 분사 고려

메타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로이터]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에 대한 반독점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재판을 앞두고 소송을 제기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합의를 시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재판을 2주일여 앞둔 지난달 말 FTC 앤드루 퍼거슨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반독점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4억5천만 달러(6천428억원)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FTC가 요구한 300억 달러(42조8천550억원)에 크게 모자랐고, FTC가 문제 삼고 있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가치를 생각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에 퍼거슨 위원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최소 180억 달러(25조7천억원)와 정부의 이행 명령을 따르는 동의명령(consent decree)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조급해진 저커버그는 재판이 다가오자 제안 금액을 약 10억 달러로 올렸지만, FTC는 이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재판은 시작됐다.
소식통은 저커버그가 퍼거슨 위원장과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해 줄 것이라 확신에 찬 태도를 보였으며, 재판을 피하기 위한 로비를 강하게 벌였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강화해 왔으며, 최근 몇 주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독점 소송에 개입해 줄 것을 요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은 보도했다.
리나 칸 전 FTC 위원장은 저커버그의 제안에 대해 "망상적"이라며 "그는 경쟁을 피하려 돈을 썼고, 이제는 법 집행에서도 그렇게 하려 한다"고 일갈했다.
저커버그는 전날에 이어 이날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메타 반독점 소송 둘째 날에도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FTC 측 질문을 받고 2012년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이유는 카메라 앱 기능이 당시 페이스북보다 더 나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빠르게 성장하던 인스타그램이 메타(당시 페이스북)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는 FTC 측 변호인 질문에 인스타그램이 당시 페이스북보다 "더 나은 카메라 기능"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카메라 기능'은 모바일 앱 내에서 사진과 동영상 촬영·편집·필터 적용·공유 등을 포함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그는 "우리는 자체 카메라 앱을 개발하면서 '직접 만들 것인가, 인수할 것인가'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었다"며 "인스타그램이 그 부분에서 더 낫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인수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자체 앱을 만드는 많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며 "새로운 앱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우리가 시도했을 때 대부분 잘 작동하지 않았다"라고 인정했다.
그의 발언은 FTC 측이 과거 페이스북 내부 문서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등의 이메일을 공개하고, 메타 측이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저커버그의 언급은 메타가 잠재적인 경쟁자를 사들이거나 배제하는 '인수 아니면 매장하기(buy or bury) 전략'을 써왔다는 FTC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FTC 측은 이날 인스타그램 인수 전 당시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의 성장을 위협으로 느끼며 내부적으로 보낸 여러 건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저커버그는 그러나 이런 이메일이 "문맥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인스타그램의 성장이 우려됐다는 내용의 문건이 일부 있지만, 인스타그램을 인수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자 했던 열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이메일들이 인수 초기 단계에서 작성된 것이며, 당시의 판단이나 감정이 인스타그램 전체에 대한 관심과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과거에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지금의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FTC가 정의한 '소셜미디어(SNS) 시장'의 범위는 너무 좁다고 반박했다.
현재 메타는 틱톡이나 유튜브, 애플의 메시지 앱과 같은 많은 경쟁자가 있는데, FTC가 이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메타가 2018년 5월 인스타그램 분사를 진지하게 고려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FTC가 제시한 이메일에서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 분사가 여러 중요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구조가 아닐까 고민되기 시작했다"며 "빅테크 해체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5∼10년 내에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분사하라는 강제 조치를 받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역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요인 중 하나"라고 적었다.
다만, 그는 당시 "인스타그램이 독립적인 상태로 남았다면 지금의 약 10억 명에 가까운 월간 활성 사용자가 아니라 트위터나 스냅챗과 비슷한 3∼4억 명 정도의 규모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전날 재판에서는 인스타그램 인수후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인스타그램 인수 후 엄청난 투자를 했다"며 FTC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메타의 인스타그램(2012년) 및 왓츠앱(2014년) 인수가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불법적인 독점 행위라며 2020년 처음 제기한 소송의 이번 재판은 약 두 달간 진행되며, 메타가 SNS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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