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한국 스포츠 결산
▶ 48년 만의 최소 인원으로
▶ 금메달 5개 목표 초과 달성
▶ 양궁 전종목 석권·사격 명중쇼
▶ 펜싱은 종주국서 멀티 골드
2024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결승 시상식에서 한국 구본길(왼쪽부터), 오상욱, 도경동, 박상원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연합]
한국 스포츠는 역대 최저 성적이 예상됐던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활·총·검을 앞세워 종합 순위 8위의 깜짝 호성적을 내며 국민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남자 축구가 파리행에 실패하는 등 단체 구기 종목의 집단 부진 영향으로 파리 올림픽 한국 선수 규모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래 48년 만에 최소인 144명(21개 종목)으로 쪼그라들었다.
대한체육회가 내세운 금메달 목표치는 5개에 불과해 1984 로스앤젤레스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서 남긴 금메달 6개보다도 적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며 종합 순위 8위에 올랐다. 전체 메달 획득 수 32개는 1988 서울 대회에서 남긴 역대 최다 메달(33개)에서 단 1개 모자란 것이다. 양궁과 사격, 펜싱이 ‘효자 종목’으로 톡톡히 활약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들 세 종목에서 10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선봉에는 세계 최강 ‘태극궁사’들이 섰다. 한국 양궁은 5개의 금메달을 석권하는 새 역사를 썼다.
여자 단체전을 시작으로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혼성전), 여자 개인전(임시현), 남자 개인전(김우진) 금메달을 차례로 쓸어 담았다.
여기에 여자 개인전 은메달(남수현), 남자 개인전 동메달(이우석)을 곁들였다. 압도적인 활 솜씨를 세계만방에 뽐낸 ‘신궁’들은 찬란한 기록도 풍성하게 작성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양궁에 걸린 금메달을 모두 획득했다. 혼성전이 도입돼 양궁 금메달이 5개로 늘어난 뒤로는 전 종목을 석권한 첫 사례다.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이 도입된 서울 대회부터 한 번도 안 빼놓고 10연패를 이뤘고, ‘에이스’ 김우진(청주시청·이하 대회 당시 소속팀)은 남자 양궁 첫 3관왕에 오름과 동시에 한국인 올림피언 통산 최다 금메달(5개)의 대업을 이뤄냈다.
파리에서 남쪽으로 약 270㎞ 떨어진 샤토루에서는 한국 명사수들의 금빛, 은빛 총성이 하루가 멀다고 울려 퍼졌다.
개막 다음 날인 7월 27일 24세 동갑내기 박하준(KT)과 금지현(경기도청)은 환상의 호흡을 뽐내며 은메달을 명중해 이 종목 한국 첫 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다음 날엔 여자 공기권총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이 깜짝 금메달, 김예지(임실군청)가 은메달을 수확해 시상대를 휩쓸었다.
사로에서 특유의 시크한 매력을 발산한 김예지는 단박에 세계적인 ‘셀럽’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열여섯 살 반효진(대구체고)은 여자 공기권총에서 한국 하계 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 한국 최연소 금메달, 역대 올림픽 여자 사격 최연소 금메달 등 숱한 기록을 세웠다.
금메달 유력 후보로 꼽혔던 25m 권총 세계랭킹 2위 양지인(한국체대)은 기대대로 금빛 총성을 울렸고, 조영재(국군체육부대)도 25m 속사권총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당초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정도를 예상했던 한국 사격은 샤토루에서 이를 훌쩍 뛰어넘는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수확했다.
종전 최고 성적인 런던 대회의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넘어섰다.
2003년생 양지인, 2005년생 오예진, 2007년생 반효진이 어린 나이에 ‘금메달 맛’을 본 점은 한국 사격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한국 펜싱은 이 종목의 ‘본고장’ 격인 프랑스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로 ‘멀티 골드’의 값진 성과를 냈다.
‘에이스’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을 필두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광역시청),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호흡을 맞춘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3연패를 달성했다. 오상욱은 남자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2관왕에 올랐다.
태권도는 금메달 2개에 동메달 1개를 수확하며 도쿄 대회에서의 ‘노골드’ 설움을 시원하게 날려버리고 종주국의 자존심도 세웠다.
남자 58㎏급의 박태준(경희대)과 여자 57㎏급의 김유진(울산시체육회)이 시상대 정상에 섰고, 도쿄 대회 은메달리스트 이다빈(서울시청)은 여자 67㎏초과급에서 동메달을 수확하며 두 대회 연속으로 입상했다.
2010년대 들어 부진하던 한국 탁구는 ‘스타’ 신유빈(대한항공)을 앞세워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 사냥에 성공하며 ‘인기 종목’으로 부활했다. 신유빈과 임종훈(한국거래소)이 출격한 혼합복식과 신유빈, 전지희(미래에셋증권), 이은혜(대한항공)가 나선 여자 단체전에서 동메달 1개씩을 따냈다.
한국 스포츠는 파리에서 찬란한 성적을 냈으나 마냥 웃지는 못했다. 체육계에 여전한 구태와 악습의 일단이 드러난 ‘안세영(삼성생명) 작심 발언’ 파문에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안세영은 시상식 직후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치게 된 과정과 그 이후 대표팀의 대처를 강도 높게 비판해 충격을 안겼다.
안세영은 부상 관리뿐 아니라 대표팀 훈련과 운영 방식,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국가대표 개인 후원과 신인선수 연봉 관련 규정 등을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두루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배드민턴협회 감사에 전격 착수했고,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은 경찰 수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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