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 산불로 가주 주택 보험료 급등
▶올스테이트 보험료 35%↑ 요청 승인
▶ 일부 지역, 100%~385% 인상 통보
▶이상 기후로 추가 인상 가능성 여전
지난 9일 오렌지카운티에서 발생한 에어포트 산불을 주민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남가주의 잦은 산불로 주택 보험료 추가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로이터]
남가주에서 대형 산불 3개가 동시 다발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이미 많은 주택이 전소되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고 공기 질이 악화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졌다. 산불 지역에서 수십 마일 떨어진 곳에서도 화염과 짙은 연기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번 산불 규모는 위력적이었다. 산불을 바라보는 남가주 주민들의 마음에는 피해 지역 주민에 대한 걱정과 함께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미 가뜩이나 천정부지로 치솟은‘주택 보험료’(Home Owners Insurance)가‘또 오르면 어떡하나?’하고 한숨짓는 주민이 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 같은 우려가 곧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올스테이트 보험료 평균 35%↑
가주 보험국은 대형 보험회사 올스테이트의 주택 보험료 평균 35% 인상 요청을 승인했다. 이는 지난 3년간 주요 보험사 중 가장 큰 보험료 인상 규모로 산불 다발 지역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올스테이트의 보험료 인상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샌 마테오, 샌타 바바라 등 해안가 카운티는 물론 프레즈노와 같은 내륙 카운티에 이르는 약 20만 가구가 보험료 인상 영향을 받을 전망으로 이중 약 5,000가구는 보험료가 무려 100% 넘게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중가주 마리포사 카운티에 거주하는 5가구와 또 다른 1가구는 각각 203%와 385%에 달하는 보험료 인상 폭탄이 우려된다.
올스테이트 보험료 인상 시행으로 가주 최악의 산불 피해가 발생한 소노마 카운티 주민도 평균 164%가 오른 주택 보험료 고지서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한편, 보험료가 인하되는 가구는 약 2,000가구로 평균 약 60% 인하가 적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떠나는 보험회사 잡으려면
이번 보험료 인상은 갑작스러운 조치가 아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사업을 철수하는 보험회사를 붙잡아 가주 주민을 자연재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가주 보험국이 보험 업계와 오랜 기간 협상 끝에 내린 결정이다. 전국 최대 규모의 보험 시장인 가주는 자연재해 발생이 갈수록 잦아지면서 적절한 보상 절차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 1년 사이 올스테이트, 스테이트팜 등 12개 대형 보험회사 중 7곳이 산불 위험에 따른 비용 상승과 주 보험국의 보험료 인상 거부 등을 이유로 보상 범위를 축소하거나 아예 사업에 손을 뗐다. 가주 주민이 내는 보험료가 보험업계가 처한 위험을 감당하기 충분치 않다는 것이 이들 보험회사의 주장으로 가주 보험국에 특단의 조치를 내릴 것으로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가주 보험료, 다른 재해 주보다 낮은 편
가주 주민은 그동안 다른 자연재해 취약 지역 주민에 비해 낮은 주택 보험료를 내왔다. ‘보험 정보연구원’(III)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민의 경우 연평균 3,340달러에 달하는 보험료를 내는 반면 가주 주민이 내는 보험료는 평균 1,300달러로 훨씬 낮다.
작년 9월 리카르도 라라 가주 보험국장은 더 많은 보험회사를 유치해 보험 시장을 안정시키고 주정부 운영 보험 프로그램인 ‘페어 플랜’(FAIR PLAN) 가입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역사적인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개혁안은 보험회사들이 기후 변화에 의해 상승한 보상 비용을 주민들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자연 재해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보상 규모를 확대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올스테이트는 “가주 보험국의 보험료 인상 승인으로 가주 주민을 자연재해 피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됐다”라며 “주택 가격과 수리 비용 급등, 빈발하는 자연재해 등으로 보험료를 조정이 불가피했다”라고 밝혔다. 올스테이트는 2022년 산불 피해로 재정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로 신규 보험 발급을 전면 중단한 바 있고 올해 4월 주 보험국에 대폭적인 보험료 인상을 요청했다. 가주 보험국은 보험 시장 안정화 일환으로 세이프코, 리버티 뮤추얼 자회사, 스테이트팜 등 다른 주요 보험회사의 보험료 인상 요청도 승인했다.
■보험료 낮은 회사 적극 찾아야
일련의 주택 보험료 인상 조치에 보험업계 소비자 보호 단체는 가주 주민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여러 보험회사들이 산불 위험이 높은 지역 주민을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가운데 많은 가주 주민은 감당하기 힘든 높은 보험료 인상에 직면해 왔다. 이로 인해 보험 가입을 포기한 채 자연재해 피해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가주 주민이 점점 늘어났다.
소비자 보호 단체 유나이티드 폴리시홀더스의 에이미 바흐 디렉터는 “이미 높은 보험료를 내고 있는 가주 주택 보험 가입자들에게 이번 보험료 인상 결정이 엄청난 재정적 타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바흐 디렉터는 보험료 급등이 우려된다면 조금이라도 낮은 보험료를 제시하는 보험회사를 하루라도 빨리 찾아 나서라고 강조했다.
경험이 풍부한 보험 에이전트를 통해 경쟁 보험사 등 여러 보험회사의 보험료를 비교해 가장 저렴하고 적절한 보험 상품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
■잦은 산불에 추가 인상 가능성 높아
소비자 보호 단체 ‘컨수머 와치독’(Consumer Watchdog)은 이번 보험료 인상 폭과 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컨수머 와치독은 올스테이트가 지난봄 보험료 인상 요청 시 보험료 인상 폭을 결정한 ‘컴퓨터 모델’(Computer Model)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양측은 협상을 통해 올스테이트의 보험료 인상 요청에 합의하기로 한 바 있다.
보험 업계와 소비자 보호단체는 이상 기후 현상은 더욱 악화할 전망으로 주택 보험료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산불 위험 증가를 이유로 신규 보험 발급을 중단한 바 있는 스테이트팜은 보험료 20% 인상을 승인받은 뒤 지난 6월 자회사 스테이트팜 제너럴을 통해 추가 보험료 인상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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