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野 보수당 연초까지 지지율 20%p 우위…자유당, 3개월만에 뒤집기로 재집권
▶ 포일리에브르, ‘캐나다 트럼프’ 이미지로 좌초…카니는 ‘트럼프 대항마’ 부각
▶ 트럼프, 선거일에도 “51번째州 돼라” 자극…NYT “트럼프 향한 반대투표 의미”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로이터]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마크 카니(60)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승리한 것은 선진국 정치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단기간의 극적인 지지율 대반전에 의한 역전드라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인의 반미정서를 자극하면서 인기가곤두박질쳤던 자유당의 지지율을 급반등시킨 가장 큰 동력을 제공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캐나다의 차기 총리는 보수당의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각종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1년 넘게 자유당을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2015년부터 9년 넘게 캐나다를 이끌어온 당시 트뤼도 총리는 갈수록 인기가 추락하고 있었다.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인한 불만의 화살은 고스란히 당시 집권하고 있던 트뤼도 총리를 향했다.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트뤼도 총리의 리더십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관세 위협 직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의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간 트뤼도 당시 총리는 재임 1기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트럼프 당선인으로부터 '총리' 대신 '주지사'로 호칭되며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라"는 굴욕적인 말을 들었다.
이어 당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럼프 관세' 대응 문제 등을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하며 12월 전격 사임했고, 당내에서도 트뤼도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나아가 정책 연합을 맺어왔던 신민주당(NDP)마저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내각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했다.
정치적 사면초가에 몰린 트뤼도 총리는 결국 지난 1월 초 사임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로 반등하기 시작한 자유당의 지지율은 후임 당대표로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선출되면서 극적으로 튀어 올랐고, 얼마 뒤에는 보수당 지지율을 추월했다.
관세 압박과 더불어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며 캐나다의 주권을 짓밟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되풀이된 게 캐나다인들의 반트럼프 감정, 반미정서를 부추긴 게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야당인 보수당 대표인 포일리에브르는 선거 기간 내내 "나는 트럼프와 다르다"며 거리두기를 해왔음에도 그동안 만들어진 '캐나다의 트럼프'라는 이미지가 무역전쟁 국면에서 포일리에브르의 발목을 잡으며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켰다.
45세의 젊은 야당 당수 포일리에브르는 트뤼도 정부의 '워크'(woke·진보적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에 대한 비판적 용어) 정책과 이민 정책, 기후변화 정책이 캐나다를 망쳤다고 외쳐왔고, 캐나다 유권자들에게는 여러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외친 '캐나다 우선'(Canada First) 슬로건이나 포퓰리즘적 화법 역시 많은 유권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연상케 했다.
또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카니 총리를 '트뤼도의 후계자'라고 공격하는 데 치중한 반면 미국과의 무역전쟁 국면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반면 '경제통'인 카니는 정치 경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문가로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할 안정적인 적임자임을 자임하며 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캐나다 중앙은행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기간 영국 중앙은행을 이끌며 경제위기 대응에 경험을 갖췄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여론조사기관인 앵거스 리드 연구소의 샤치 컬 소장은 "반(反)보수당 정서, 트럼프 관세, 트뤼도의 사임 등의 요인이 중도 좌파 성향 유권자와 전통적인 자유당 지지당들을 결집시켰다"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일인 28일에도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해야 한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총선 당일까지 캐나다의 정치판을 뒤흔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유당의 집권 연장을 돕는 꼴이 됐다.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 게시된 몇 시간 뒤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선거에서 물러나라"라며 "캐나다는 자랑스럽고 주권을 가진 독립 국가이며 우리는 결코 51번째 주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캐나다의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그리고 그가 동맹국과 무역 파트너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일종의 반대 투표로도 해석된다"라며 "미국과의 관계 단절에 대한 캐나다의 대처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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